중국, 14~15일 베이징 일대일로 포럼 띄우기…성과 홍보하고, 밤 밝히고, 교통 통제 확대
베네수엘라 미얀마 등 디폴트∙반중시위 리스크 부각...일대일로 국가에 대한 투자 위축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을 앞두고 시 정부가 교통 통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신화망
▲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을 앞두고 시 정부가 교통 통제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신화망

11일부터 베이징의 밤이 크게 밝아졌다. 베이징시가 18일까지 최고 등급의 경관조명을 지시한 때문이다. 이날부터 베이징의 톈안먼 서역 등 7개 지하철 역이 일시 폐쇄됐고, 12일엔 창안제(長安街) 등 일부 도로 구간에 교통 통제가 시작된다.

14,15일 베이징 근교 휴양지 옌치후(雁栖湖)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 포럼’을 앞두고 취해진 조치들이다. 베이징시는 포럼 기간 공무원과 국유기업 임직원들의 차량 운전을 금지시켰고, 긴급 사안이 아니면 15일엔 회의를 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신징바오(新京報) 등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중국 당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베이징 정상회의 수준의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중국이 금주들어 매일 분야별로 일대일로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국유기업(8일) 과학기술 (9일) 경제무역(10일) 금융과 문화(11일)에 이어 12일엔 산업생산 부문 협력 성과와 계획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은 일대일로 성과를 홍보하는 보도를 시리즈로 내보내고 있다. 일대일로 건설 공작영도소조 판공실은 10일 일대일로 성과를 담은 ‘일대일로 공동건설: 이념 실천과 중국의 공헌’ 문건을 발표했다.

15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9개국 정상을 포함 130여개국가의 관리와 학자 기업인 언론인, 70여개 국제기구 대표 등 850여명의 해외인사가 참석한다. 인프라 산업투자 경제무역 에너지자원 금융 인문교류 생태환경 해상협력 등을 놓고 협의한다.

중국 정부는 이번 포럼 기간 인프라 건설 관련 50여개 협력 합의문이 체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여개 항목으로 이뤄진 일대일로 액션플랜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을 정례화할 지 여부도 협의한다.

이번 포럼은 일대일로를 2013년 제창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글로벌 지도자로 부각시키기 위한 행사로도 비쳐진다. 시 주석은 14일 개막 연설을 하고, 15일 기자회견에도 참석한다. 올 가을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시 주석의 1인 권력체제를 공고히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을 쌓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선전과는 달리 중국과 일대일로를 지나는 국가간 경제교류가 주춤하면서 일대일로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국가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 감소하고, 스리랑카와 미얀마 등지에서의 반중시위도 일대일로가 순탄한 길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주요 7개국(G7) 가운데 이탈리아를 뺀 6개국 정상이 불참하는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당초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를 초청 대상에서 빼면서 중국이 강조해온 일대일로의 개방성과 포용성이 퇴색됐다는 지적도 받는다.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의 대화 재개에 나선 중국 당국의 초청으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 대표단 자격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 사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정치적 행보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대일로를 중국의 경제는 물론 정치와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의혹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중국, 일대일로 FTA 벨트 2배로 늘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창한 육상(실선)과 해상 실크로드/블룸버그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창한 육상(실선)과 해상 실크로드/블룸버그

중국은 이번 포럼을 통해 일대일로 협력 계약을 체결한 국가와 국제기구를 현재의 2배인 80여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20여개국가와 20여개 국제기구가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력 문건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이후 일대일로를 지지한 국가와 국제기구는 이미 100여개에 이르지만 실제 협력계약을 체결한 곳은 40여곳에 불과하다.

중국은 특히 일대일로를 자유무역협정(FTA)벨트로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첸커밍(錢克明)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 이번 포럼기간 FTA를 체결할 예정”이라며 “현재 일대일로 국가 가운데 중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와 지역이 11곳이지만 향후 역내포괄적 동반자협정(RCEP) 이스라엘 스리랑카 걸프협력회의(GCC) 를 추가하는 등 20여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3년 5월 첫 협상을 시작한 RCEP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10개국과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첸 부부장은 그러나 일대일로를 거대한 자유무역구로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대일로를 지나는 벨라루스 등 20개 국가에 56개 공단을 조성하는 등 산업생산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물론 현지 기업과 제3국 기업이 입주하는 이들 공단에 185억달러의 중국자본이 투자됐다. 첸 부부장은 이들 단지에서 11억달러의 세수와 18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일대일로 빛과 그림자...디폴트 리스크에 반중 시위 촉발

중국은 또 일대일로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유로차이나 화물 열차 노선을 확대해오고 있다. 세계 소상품 도소매시장이있는 중국 저장성 이우와 영국 런던을 잇는 1만2451km 노선을 왕복하는 화물열차가 올들어 운행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올초 이우를 출발해 런던에 도착한 화물열차는 지난 4월 29일 유럽 물품을 싣고 이우로 다시 돌아오면서 첫 왕복 운행을 마쳤다. 런던이 추가되면서 유로차이나 노선은 현재 중국의 27개 도시와 11개 국가 28개 도시를 잇는 39개로 확대됐다.

충칭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떠나는 유로차이나 화물열차 운행횟수는 초기인 2011년만해도 한달 한차례 운행됐지만 지금은 하루 5차례로 늘었다. 올 1분기 운행횟수도 전년 대비 1.75배 늘었다. 철도뿐 아니라 바닷길과 하늘길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국가들과 맺은 철도 해운 항공 우편 등 협정은 130여건에 이른다.

 

중국 시안에서 모스크바로 출발하는 유로차이나 화물열차. 작년 12월에 개통됐다./신화망
▲ 중국 시안에서 모스크바로 출발하는 유로차이나 화물열차. 작년 12월에 개통됐다./신화망

◆일대일로 금융 리스크 부각...베네수엘라 등 대출 부실 우려

지난해 중국은 일대일로 국가에 145억달러를 투자했다. 전년 대비 2% 감소한 수준으로 중국의 전체 해외투자가 40% 늘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이 때문에 중국의 해외투자에서 일대일로 국가에 대한 투자가 차지한 비중은 8.5%에 그쳤다.

중국이 지난해 한햇동안 미국에 투자한 규모는 450억달러(비금융 기준)로 2014년부터 3년간 일대일로 국가에 투자한 500억달러에 육박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산업은행격인 중국 국가개발은행의 일대일로 국가에 대한 대출 잔액도 작년말 기준 1100억달러로 2015년말 1110억달러보다 감소했다. 국가개발은행의 해외대출 가운데 일대일로 국가로 흘러간 자금이 차지한 비중도 정점을 찍은 2014년 41%에서 지난해 33%로 줄었다.

일부 은행과 국유기업은 당국이 수익성 없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맡으라고 압박한다며 불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쑨핑(孫平) 중국 수출입은행 부행장은 일부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 사회적 이익이 경제적 이익을 웃돌아 상업적인 수익성이 매우 낮다며 이런 프로젝트엔 상업은행이 참여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광웨이(潘光僞) 중국 은행업협회 부회장은 “중국 은행들로선 일대일로 건설을 지지하는 과정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일정한 위험과 도전에도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대일로 국가에 대한 투자나 대출이 노출된 리스크로 자금조달과 운용의 기간 불일치와 일부 기업의 상환능력 불확실성으로 인한 신용리스크 해외 정부의 통화정책이 미치는 외부효과로 인한 자본시장 외환시장 국제원자재시장의 혼란에 따른 시장리스크 해외 정부 규제강화에 따른 리스크를 꼽았다.

 

중국의 해외 대형투자 가운데 실패 사례(흑색)와 진행중인 프로젝트(단위 10억달러)/블룸버그
▲ 중국의 해외 대형투자 가운데 실패 사례(흑색)와 진행중인 프로젝트(단위 10억달러)/블룸버그

블룸버그는 베네수엘라에 고속철도를 건설하기로 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며 베네수엘라가 자금난으로 중국 차관을 상환할 수 없게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베칼드래고노믹스의 애널리스트 톰 밀러는 “중국 관리들은 개인적으로 중앙아시아 투자의 30%, 파키스탄 투자의 80%가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에 투자한 광산에 반군이 공격하는 등 국정 불안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알렉산더 쿨리 컬럼비아대학 해리만인스티튜트 디렉터는 “타지키스탄의 엘리트들이 중국이 지원한 고속도로를 자기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일대일로가 부패 커넥션과 지대추구(rent seeking)를 자극하는 정치적 경쟁을 부추긴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슈먼 컬럼니스트도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일대일로에 있는 많은 나라들의 국정이 불안정하고 부패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일대일로 빛과 그림자...디폴트 리스크에 반중 시위 촉발

중국과 일대일로 국가간 교역은 올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일대일로 국가와의 교역은 6조3000억위안으로 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교역이 0.9% 감소한 것에 비해 우수한 성적을 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전체 교역에서 일대일로 국가와의 교역이 차지한 비중은 25.7%로 정점을 찍은 2014년의 26.1%에 못미친다.

특히 올 3월 일대일로 국가에 대한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16.7%로 중국의 전체 수출증가율(22.3%)을 크게 밑돌았다.일대일로 국가와의 투자와 교역 리스크가 함께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포용성 시험대 올린 일대일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15일 베이징 근교 휴양지 옌치후에서 일대일로 포럼이 열린다고 전했다. 옌치후는 2014년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곳이다. /신화망
▲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4,15일 베이징 근교 휴양지 옌치후에서 일대일로 포럼이 열린다고 전했다. 옌치후는 2014년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곳이다. /신화망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0일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일대일로 포럼의 특성을 광범위한 대표성과 포용성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대통령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총리가 참석하고 미국도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시 주석은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 참여를 제안했다.

첸커밍 부부장도 “일대일로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니셔티브로 자발적으로 참가를 원하는 국가를 모두 환영한다”며 “배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김영재 대외경제상, 일본의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대일로 참여국 정부들이 중국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중국 건설기업에 지불하고, 중국인 노동자와 중국산 자재를 수입해서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포용성 부족이 야기하는 갈등이다.

중국이 환경보호를 무시하고 자기가 후원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불공정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불만이 아프리카와 스리랑카 캄보디아 파키스탄 등지에서 집단시위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의 36억달러 투자 규모 댐 건설이 환경오염 우려 시위로 중단 된 게 한 사례다.

“실크로드가 진흙탕이 되고 있다”(조슈아 아이젠먼 미국외교정책협회 선임연구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젠먼 연구원은 올초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일대일로를 성공시키면 유라시아 패권국이 되겠지만 실패하면 수천억달러를 낭비한 채 빚더미 이웃국가들만 양산하는, 한마디로 흰 코끼리(비용과 수고만 들인 쓸모없는 것)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이 내건 일대일로 앞에 비단만 깔린 게 아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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