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이 역사적인 땅에 위락시설을 비롯한 각종 상업시설을 순식간에 밀집시켰다. 베를린 장벽은 흔적도 없어졌으며 울긋불긋 네온싸인이 명멸하며 자본의 시대를 자축하게 된 것이다. 지각있는 이들이 이를 탐탁하게 여길 리 없다. 포츠담 광장 바로 옆, 신국립미술관과 베를린 필하모니 홀이 당당히 서 있는 문화거리 켐퍼 광장과 비교하며 베를린의 아름다움을 매도하는 이 천박한 상업주의를 비난하게 된다.
우리도 바야흐로 북한과 소모적 대립을 청산하려는 즈음에 놓여 있다. 참으로 기쁘다. 그러나 건축하는 나로서는 은근히 두려움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수년 전부터 우리 자본이 북한 땅에 들어가 그곳에 우리식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벌써 시작하였을 지도 모른다. 분별 없는 자본의 횡포에 의해 우리의 아름다운 강토가 그동안 얼마나 망가져왔는가. 이제 겨우 시민단체 등의 힘에 의해 감시되려 하는 판에 북녘의 산하는 다시 이 자본의 힘에만 의지하여 마구 파헤쳐지고 있는 것이 혹 아닌가. 가끔 뉴스화면에 나타난, 우리가 북녘 땅에 지은 몇 가지 건물을 보며 입맛을 다신다.
/승효상·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