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갑자기 북한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적절한 상황에서(right circumstances)"란 단서를 붙였지만, 취임 후 직접 대화 가능성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김정은)와 만나는 것이 적절하다면, 나는 전적으로 영광(honour)스럽게 그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다시 말해 적절한 환경 아래 놓여있다면 내가 그걸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국 백악관 케네디 정원에서 전미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 회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UPI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국 백악관 케네디 정원에서 전미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 회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UPI 연합

그는 인터뷰 도중 스스로 “이건 긴급뉴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본인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대화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음을 먹고 나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가능성’ 발언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지 나흘만에 나온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27일 미 공영 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대화 관련 질문에 “우리는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했었다.

틸러슨 장관은 당시 “북한이 ‘올바른 의제’로 우리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결정해야 한다”며 “우리가 핵무기를 한반도에서 철수 했듯, 북한도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보수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선 “북한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우리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만 한다”고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김정은이 핵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직접 대화와 군사 행동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하며 김정은을 몰아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전날 CBS인터뷰에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도록 그냥 놓아둘 수 없다”면서도 “(젊은 나이에 정권을 유지하는걸 보면) 김정은은 영리한 녀석”이라고 말했다. ‘군사행동’에 나서기 전에 김정은에게 협상이란 ‘영리한’ 선택을 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이 이성적이라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린 나이에 나라를 이끄는 어려운 자리에 있음을 인정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좌충우돌식으로 워낙 돌출발언을 해온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대화 가능성’ 발언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특히 김정은에 대해 “만나는 것이 ‘영광스럽다’”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고도의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은 즉흥적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백악관은 즉시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 북한이 명백히 핵능력을 해체하고, 한반도 주변국과 미국을 향한 도발 행동을 멈춘다면 대화할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의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트럼프의 제의에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02/20170502004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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