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한반도] 美·中 압박에 北 일단 '주춤'

- 北, 핵실험·ICBM 도발 못했다
김정은 직접 원산 훈련 지켜본듯
각종 장사정포 300~400문 동원… 작년 화력훈련의 3배 이상 규모

- 美, 군사적 경고 전례 없이 강력
부산항에 핵 추진 잠수함 입항, 칼빈슨 항모전단은 내일 동해로
유엔 美대사 "北이 공포에 떨어"
 

북한이 '한반도 위기설'의 디데이(D-day)로 간주돼 온 25일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보다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은 도발 선택지를 택했다. 전례 없이 강한 미·중의 대북 군사적·외교적 압박에 '레드 라인'을 넘지는 않은 것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우리 군 관계자는 "아직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이 끝나지 않아 언제든 북이 '맞불' 성격의 도발에 나설 수 있다"며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원산 일대에서 화력 훈련을 하면서 자주포와 방사포 등 각종 장사정포 300~400문을 동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훈련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전방 지역에 집중 배치한 장사정포는 유사시 북한이 가장 먼저 사용할 공격 수단이다. 사거리가 40㎞ 이상이라 수도권 북부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 북한은 자주포 8600여 문, 방사포 55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포신을 늘린 '주체포'(170㎜ 자주포)는 최대 사거리가 60㎞에 달해 수도권 남부지역 일부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대규모 장사정포 훈련은 '미국이 우리를 때리면 남조선의 수도권은 잿더미가 된다'는 협박"이라고 했다.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웨인 메이어’함이 25일 서해 한·미 해군 연합 훈련에서 함포 사격을 하고 있다. /해군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웨인 메이어’함이 25일 서해 한·미 해군 연합 훈련에서 함포 사격을 하고 있다. /해군

북한은 작년 3월과 12월에도 원산에서 김정은 참관하에 비슷한 훈련을 했다. 북한은 각종 포 100여 문을 동원한 작년 3월 훈련을 '사상 최대 규모'라고 선전했다. 이번 화력 훈련은 이보다 3배 이상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작년 3월 훈련은 서울, 12월 훈련은 서북 도서를 겨냥했다고 했었다"며 "이번 훈련은 규모가 훨씬 커진 만큼 수도권과 서북 도서를 동시에 노린 것이라고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화력 훈련으로 내부 결속을 다졌지만 미·중의 강력한 경고를 의식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전략적 도발은 일시적으로 유예한 것으로 보인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은 이날 열린 미 8군사령부의 평택 이전 기념식 현장에서 취재진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묻자 "우리는 준비돼 있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군의 군사적 경고는 전례 없이 강력하다. 이날 부산항엔 미 해군의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호(SSGN-727)가 입항했다. 미시간호는 미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 중 가장 큰 오하이오급(1만8000t)에 속한다. 사거리 1300~2500㎞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발이 탑재돼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비롯해 주요 군사 시설들을 파괴할 수 있는 화력이다. 또 한·미는 이날 서해에서 구축함들을 투입해 '대북 무력 시위' 성격의 해상 훈련을 했다. 이 훈련에 참가한 미측 함정은 27일쯤 한반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칼빈슨 항모 전단 소속의 이지스구축함(웨인 메이어함)이었다. 군 안팎에선 "칼빈슨 전단이 당초 예상보다 한반도 도착 시기가 늦어져 말이 많았는데,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미측이 웨인 메이어함을 먼저 한반도로 향하게 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칼빈슨 항모 전단은 일본 해상자위대와 훈련을 마치고 27일 동해에 진입하며 우리 해군 함정들과 연합 훈련을 할 예정이다.

북한이 김일성 105회 생일(4월 15일)과 인민군 창설일에 '큰 사고'를 치지 않고 넘기면서 '4월 위기설'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불씨가 완전히 죽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함 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최근까지도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해석되는 정황들이 계속 포착됐고, 한·미 군 당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 준비로 의심되는 정황들도 다수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한·미 연합 훈련을 비난해온 북한은 이날도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괴뢰 군부 깡패들은 연평도의 불바다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6/20170426003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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