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황금 연휴 특수 사라져]

일본, 9일간 골든 위크 앞두고 외무성 "한국 방문 주의" 공지
제주·경주 등 방문·예약 급감
사드 보복 사태 장기화하며 3월 방한 중국인 40%나 줄어
관광·유통업계 '잔인한 5월'
 

국내 여행업계에 최대 성수기인 '4말 5초'(4월 말, 5월 초)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봄나들이 내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내 1·2위 해외여행객인 중국과 일본이 연중 최대급 연휴를 맞기 때문에 호황을 맞는 시기인데 올해는 예약률 등이 역대 최악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과 '한반도 전쟁설' 등이 겹치면서 중·일 여행객들이 한국 관광을 아예 고려 대상에서 빼거나, 예약을 취소한 것이다.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노동절 연휴인 중국의 경우, 국내 한 여행사의 이 기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예약자는 지난해 1000여 명에서 올해 0명으로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대안으로 공을 들이던 일본인 관광객들도 최근 북핵 이슈가 터지면서 한국 관광을 대거 취소하고 있다. 일본은 이달 29일 히로히토 전 일왕의 생일부터 5월 3일 헌법기념일, 4일 녹색의 날, 5월 5일 어린이날 등 7일까지 9일간 '골든위크' 연휴를 맞는다. 일본 관광업계 관계자는 "북핵 이슈로 일본 외무성이 한국행 주의령을 내린 이후 일본인 3000~4000명이 한국 관광 예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날아간 일본 골든위크 특수

제주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11일간 제주 방문 예약자는 3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가 급감했다. 크루즈나 국내 선박을 이용해 제주로 오는 일본인 관광객은 50명으로 전년(2008명) 대비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이유는 일본 외무성이 지난 11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한국 방문을 주의하라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제주 관광 당국은 사드 보복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이 급감하자 일본 직항노선을 신규 취항하는 등 일본인 고객 유치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골든위크를 앞두고 발생한 예상치 못한 악재에 난감해하고 있다.

관광도시 경주도 마찬가지다. 중국 사드 보복으로 관광객 감소 피해를 입었던 경주는 최근에는 일본 수학여행단마저 발걸음이 뚝 끊겨 최악의 봄 시즌을 맞고 있다. 경주시가 올해 세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60만명이었지만, 사드 악재에 이은 골든위크 특수 실종으로 목표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주 한 여행사 대표는 "경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이 패키지 관광상품 이용자이기 때문에 이런 이슈들이 발생하면 회복시키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관광객뿐 아니라 올해 중국·일본 등과 계획된 각종 사업과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취소 위기에 놓여 경주 지역 호텔과 콘도 등은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번 달 초까지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20%대 증가율을 보였지만 북핵 이슈가 터진 이달 중순부터 2~3%대로 주춤해졌다.

사드 보복 사태 장기화… 중국 노동절 특수도 사라져

중국 노동절 특수의 실종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에 있는 A특급호텔은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이번 달 중국인 관광객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60% 감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내 B 여행사 역시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3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36만782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40%나 급감했다. 그러나 이번 달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이달 말부터 시작될 노동절 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 여행 사이트 시트립이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가고 싶은 여행지로 한국을 뽑은 사람은 불과 1.8%에 그쳤다. 인기 해외여행지 순위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6위로 하락했다. 대신 1~3위를 일본·태국·미국이 차지했다.

국내 유통업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3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23% 줄었다. 차후 노동절·골든위크 특수가 사라지면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드나 북핵 모두 업체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니 더욱 갑갑하다"면서 "사드 충격만도 엄청난데 일본 쇼크까지 겹쳐 설상가상의 '잔인한 5월'을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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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6/2017042600043.html#csidxbf9e736e4e35717a28797bc7bc6fe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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