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대안학교 '다음학교']

- 재미교포 설립자 전 존 교장
"탈북학생들 학구열 높아져 수준 높은 공부 시켜보자"
원어민 영어 수업, 코딩도 교육… 탈북학교 최초 국제학교 인증
졸업생들 대학 가서도 과 수석
 

"유 언더스투드(You understood)?" 생활영어를 가르치는 헤더 스미스(29) 교사가 과장된 몸짓으로 1인 2역 대화를 들려주자 학생들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수업은 오로지 영어로 진행됐다. 옆 교실 고등반 학생들은 EBS 교재에 머리를 파묻고 대입 공부에 한창이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자리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다음학교'의 지난 20일 아침 풍경이다.

이 학교는 한국 적응 위주로 가르치는 여느 탈북학교와는 다르다. 영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코딩(coding)을 필수과목으로 공부하게 한다. 이 탈북학교의 목표는 '대학 진학(進學)'이다. 공부 잘하는 탈북 학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1년 개교 이래 53명 졸업생 모두를 대학에 보내, 진학률 100%(수도권 대학 진학 75%)를 기록 중이다.

 

 

 
 

 

 

 

다음학교 전 존(61) 교장은 졸업생 자랑부터 했다. "올해 졸업생 16명은 고려대 간호학과, 경인교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세종대 호텔경영학과 등에 고루 진학했어요. 수도권 유명 대학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과정을 밟거나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졸업생들도 있어요."

어릴 때 이민을 간 전 존 교장은 미국에서 자수성가해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다 아내 전사라(59)씨와 함께 지난 2007년 귀국했다. 이때부터 탈북 학생을 돌보기 시작했다. 전 존 교장은 "미국에 있을 때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러웠고 언젠가는 통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배가 고파서 탈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011년 무렵부터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이 이어졌다는 것이 전 교장의 설명이다. 그는 "갈수록 (탈북) 학생들의 학구열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며 "이들을 상대로 수준 높은 공부를 한번 시켜보자는 마음에 다음학교를 세웠다"고 말했다.

다음학교 개교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의 후원이 이어졌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인세(印稅) 가운데 일부를 보내와 이 학교 '다락방 도서관'을 만들었고 BMW코리아 미래재단 등이 시설비 일부를 보탰다. 학교 운영비의 30%는 정부 지원이고, 나머지는 전 존 교장의 사비와 이 같은 후원금을 받아 충당한다. 대가를 지불한다는 자본주의 원리를 가르치기 위해 월 5만원의 학비도 받는다.

전교생 50명, 교사 11명의 작은 학교지만 수업시간표는 빡빡하다. 4명의 원어민 교사가 생활영어·문법·대입영어 등을 가르친다. 수학은 수준별 3개 반으로 나뉘어, 3명 교사들이 각각 난이도에 맞춰 수업한다. 고등반에선 코딩을 정규 과목으로 넣었다. 지난해 7월 탈북학교 최초로 미국 교육평가인증 기관인 NCPSA(미국사립학교연합)와 AI(국제학교연합)에서 국제학교 인증을 받기도 했다. 다음학교를 졸업하면 미국 내 고교 졸업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다. 학칙도 엄격하다.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술·담배·연애는 '3금(禁)'이다. 한 번만 어겨도 퇴교 조치를 내린다. 영어·수학은 매일 쪽지 시험을 치고, 수업이 모두 끝나도 오후 8시까지는 학교 문을 열어둔다. 방과후 자습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도 매일 당직을 서듯 남아 공부를 봐준다. 빡빡한 학교 일정을 견디지 못한 신입생 20% 정도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다고 한다.

탈북 학생들은 대부분 탈북자 전형으로 대학에 간다. 전사라 다음학교 교 감은 "탈북자 전형으로 입학한 탈북 학생들은 대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학교 출신들은 과에서 수위를 다툴 정도로 적응을 잘하고 있다"면서 "아직 중도 탈락자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전 존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면 미래의 탈북 2세대, 3세대에서 대한민국의 리더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4/201704240010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