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9일(현지 시각)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17일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라는 새 대북 정책을 공개한 뒤 이틀 만에 테러 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 정권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모든 방안과 함께 테러 지원국(재지정)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는 (군사 옵션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의 군산비행장에서 20일 열린 한·미 공군의 연합 공중 종합훈련‘맥스선더’에서 F-16 전투기들이 이륙하고 있다.
韓美 공군 연합훈련 '맥스선더' - 전북 익산의 군산비행장에서 20일 열린 한·미 공군의 연합 공중 종합훈련‘맥스선더’에서 F-16 전투기들이 이륙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 옵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면서 비군사적 제재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며 "테러 지원국 재지정에 이어 미국의 대북 압박 강도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관여 방식은 과거의 협상과는 다른 기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문제에서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미 유엔과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어 테러 지원국 재지정으로 추가되는 군사·경제적 제재가 많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테러 지원국'이라는 낙인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운신 폭을 크게 좁힐 수 있다. 국제기구의 '대외 원조'를 받기도 어려워진다. 현재 미국이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한 국가는 이란·시리아·수단 등 3개국이다.
 
전북 익산의 군산비행장에서 20일 열린 한·미 공군의 연합 공중 종합훈련‘맥스선더’에는 (위부터)미국의 고고도 정찰기 U-2와 수직 이착륙 가능한 해리어기(AV-8B), 우리나라 공군의 조기경보기‘피스아이(E-737)’등도 참가했다.
전북 익산의 군산비행장에서 20일 열린 한·미 공군의 연합 공중 종합훈련‘맥스선더’에는 (위부터)미국의 고고도 정찰기 U-2와 수직 이착륙 가능한 해리어기(AV-8B), 우리나라 공군의 조기경보기‘피스아이(E-737)’등도 참가했다. /위키피디아·조선일보 DB

시리아 정권은 민간에 화학무기를 썼다가 최근 미군의 대규모 공습을 받았고, 수단은 인종 청소로 국제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 북한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기 폭파 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됐으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2008년 11월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됐다.

앞서 미 하원은 지난 3일 '북한 테러 지원국 재지정 법안'을 찬성 398표, 반대 3표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지난 1월 발의된 뒤 3개월여 만이다. 미 하원은 이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지 닷새 만에 '신속 처리 안건'으로 정해 본회의에 올렸다. 이 법안은 1970년대 북한의 일본 적군파 지원과 2010년 황장엽 암살 시도, 지난 2월 김정남 독살 사건 등을 거론하며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현재 상원이 이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 행정부가 법안 통과 후 90일 이내에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할지를 의회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연일 대북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을 이끄는 폴 라이언 미 하원 의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재자(김정은)에게 (핵을 다룰) 그런 힘을 주는 것은 문명국들이 허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군사 옵션 사용을 원하지 않지만, (북핵 저지를 위해) 모든 옵션을 상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도 이날 NBC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강타할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중국이 중단시킬 수 없다면, 우리는 외교 제재와 군사 공격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도록 놔둔 대통령이란 이력을 갖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1/20170421002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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