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이벤트'가 있으니 오전 6시 20분 전까지 집결하시오."

평양에 체류 중인 외신 기자 200여 명은 13일 기상하자마자 북측 안내원들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았다. 미국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트위터에 "북측 요원들도 어디로 갈지, 무엇을 볼지 모른다"고 했다. 이들은 105회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앞두고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아 지난 11일 평양에 도착했다.

태양절을 이틀 앞두고 갑자기 '빅 이벤트'가 예고되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거나 대규모 열병식 준비 상황을 공개할 수 있다" 등 각종 추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빅 이벤트' 현장을 다녀온 외신 기자들이 오후 2시쯤부터 트위터 등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당·정·군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려명거리의 준공식이 열렸다"고 전하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려명거리는 김정은 정권이 대북제재의 효과를 반박하기 위해 평양에 조성한 '북한판 신도시'로, 70층 아파트를 비롯해 고층 빌딩들이 대거 들어섰다.

NHK는 김정은이 준공식에서 직접 테이프 커팅을 하고 박수를 치는 장면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단상 뒤에서 경호 요원 등과 대화하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김정은이 외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근거리 촬영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연설을 맡은 박봉주 총리는 "려명거리 건설은 원수들의 정수리에 몇백 발의 핵폭탄을 터뜨린 것보다 더 무서운 철퇴를 안긴 승리"라고 했다.

이날 현장을 취재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자는 트위터에 "거리가 인상적이었다. 수십 동의 건물이 모두 매우 현대적"이라면서도 "수천 명의 북한 군인을 봤는데 대부분 심각한 발육 부진 상태였다. 평양 밖에는 영양실조가 광범위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적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4/20170414002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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