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문제를 해결해주면 대중(對中) 무역 적자를 인정하겠다"는 '거래(딜)'를 제안한 것은 중국을 빼놓고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대북 제재 외에 어떤 해결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북한 문제에 어떤 해결책도 중국과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며 "중국은 확실히 북한의 배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모든 무역은 중국을 거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미군 전략 핵·미사일 무기를 총괄하는 전략사령관까지 북핵 해결을 위해선 중국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서 "대중 무역 적자가 미국 일자리를 도둑질하고 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환율 보복은 그가 내세운 대표적 공약 중 하나였다. 하지만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의 대가로 (대중) 무역 적자를 보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지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과 대화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에 보복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뒤집을 만큼 북핵 문제가 심각하고, 중국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무역·환율은 양보할 테니, 북한 핵·미사일 해법을 달라'고 협상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시진핑 사진
/AP뉴시스·뉴시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등이 "북한이 또 도발을 하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한 전례 없는 조처가 (대북 제재에) 포함될 것"이라는 사설을 실은 것은 중국도 미국의 이런 제안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중국이 대북 압박에서 미국과 한배를 탄 듯하다"고 했다. 반면 WSJ는 "남중국해 문제 등 미·중 관계에는 충돌할 사안이 여전히 많다"며 "트럼프와 시진핑의 깜짝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날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서 러시아처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기권은 훌륭했다. 우리에게는 영광이었다"고 했다. 중국과 공조를 강조하는 듯한 발언이다.

문제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리는 그냥 혼자 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이외의) 다른 많은 나라와 함께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도 "나는 중국이 북한을 적절히 다룰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만약 중국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동맹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중국과 거래가 깨진다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무역 압박을 강화해 미국의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우방국과 연대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기업을 겨냥한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과 개인 제재)'도 동원될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4/20170414002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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