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한한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우리 정부와의 협의에서 '미국의 대북(對北) 군사행동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우 특별대표는 "군사행동에 대해 한·미 간에 어디까지 협의가 있었냐"며 "상황이 이 지경인데 북한은 우리 말에 대꾸도 없다"는 하소연까지 했다. 이 소식통은 "우 특별대표는 과거에는 중국 입장만 되풀이하며 뻣뻣한 태도였는데 이번에는 뭔가 아쉬운 내색을 하더라"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라라고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미국의 북폭(北爆) 가능성을 진지하게 우려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최근 북에 대한 제재·압박 수위를 높이는 한편 평양에 "다시 도발하면 독자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도 미국에 '우리가 역할을 하고 있으니 군사행동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요즘 중국 관료들을 만나면 '사드 반대'는 한 번 읊고 지나가고 바로 '미국과의 군사 협의가 얼마나 구체적이었나'를 묻는다"며 "최근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이 정말 북한 때문에 전쟁도 불사할 것인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 특별대표도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독자적 군사행동에 나서려고 하면 한국이 말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우다웨이, 홍준표·주승용·김무성 만나 - 우다웨이(武大偉·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천하이(陳海·앞줄 왼쪽에서 둘째)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했다. 우 특별대표는 이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을 만났다. /이덕훈 기자
우다웨이, 홍준표·주승용·김무성 만나 - 우다웨이(武大偉·앞줄 오른쪽에서 둘째)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천하이(陳海·앞줄 왼쪽에서 둘째)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했다. 우 특별대표는 이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을 만났다. /이덕훈 기자

시 주석과의 '마라라고 독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정확히 어떤 말을 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회담이 중국의 긴장감을 크게 고조시킨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회담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북핵이 꼭 해결돼야 한다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가 전달됐다"며 "시 주석이 '여러 측면'에서 그 점을 이해하게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미 "(미국의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난다는) 4월 한반도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데도 중국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미·중 간의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은 미국이 대북 공격을 준비하고 있더라도 경쟁자인 자신에게 알려줄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맹국인 한국을 통해 미국의 진의(眞意)를 떠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관영 CCTV를 통해 12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상세하게 공개한 것도 "북한에 대해 조치를 취할 테니 중국과 협의 없이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통령님(總統先生)과 통화하게 돼 너무 기쁘다"는 말로 통화를 시작한 뒤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원하며 미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소통과 협조를 유지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밤 트위터에 "나는 중국 주석(시진핑)에게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면 미국과의 무역 거래는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북한은 문제를 자초하고 있다. 중국이 돕기로 결정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아니라면 우리는 직접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란 글을 올렸다. 외교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낸 '개인 메시지' 같다"며 "'우리가 (마라라고에서) 했던 얘기 기억하느냐. 답을 달라'는 공개 청구서"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해관(海關·세관)은 최근 자국 무역회사들에 수입 후 보관 중이던 북한산 석탄을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제한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엄격하게 해석한 데 따른 조치였다. RFA는 북·중 접경지역의 무역 소식통들을 인용해서 "중국 해관이 북한의 무역 일꾼들이 중국 측과 거래하기 위해 갖고 다니는 '뭉칫돈'을 타깃으로 검색을 강화했다"고도 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과의 대규모 현금(bulk cash)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각종 금융 제재도 받고 있는 북한의 대외 교역은 현금 없이 불가능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3/20170413002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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