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핵실험에만 집중…감시능력 '도마위'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북한이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군 당국의 예측을 깨고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애초부터 핵실험할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군의 대북 감시능력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42분께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189㎞를 솟구쳐 올랐고 60㎞를 날아갔다. 한미는 이번 미사일이 KN-15(북한명 북극성 2) 계열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군 당국은 당초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에만 집중했다. 김정은의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 '핵버튼'을 누를 수 있다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앞선 1~5차와는 다른 양상의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개의 핵탄두를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시키는 '파키스탄식' 핵실험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군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5차 핵실험의 1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보다 수십 배 위력이 큰 핵실험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심지어 북한이 지난달 22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려다가 실패, 추가 발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특이 동향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언제든 도발 가능성이 있다며 면밀히 추적 감시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뿐이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등 가지갱도에서의 굴착이 이미 끝났고,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핵실험 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한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시에 북한이 한미가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핵실험 징후들을 노출시킨 것은 미사일 발사 준비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군 당국이 북한이 쳐놓은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군 당국이 이처럼 핵실험에만 집중한 데에는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외 언론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38노스는 지난 2월24일 6차 핵실험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이후 3월말까지 총 6차례에 걸쳐 핵실험 임박 관련 기사를 실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38노스가 군에서 핵실험 징후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점을 노리고 필요 이상으로 크게 보도한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핵위협을 강하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고, 이를 38노스가 잘 활용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 군 당국은 외부에서 조성된 핵실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방관해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고 꼬집었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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