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오전 동해상으로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나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무력시위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우리를 놓고 흥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18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때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장거리 로켓에 사용될 수 있는 강력한 신형 고출력 로켓 엔진 실험을 실시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성능을 볼 때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보다는 낮은 단계의 '중강도(中强度) 경고성 도발'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극성 2형(KN-15) 고체연료 지대지(地對地) 미사일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 2월 12일 최초로 발사됐다. 당시는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최고 고도는 550여㎞, 비행 거리는 약 500㎞였다. 유사시 미 증원 병력이 도착하는 부산항 등 한국 남부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번에 발사된 북극성 2형의 최고 고도와 비행 거리는 여기에 못 미친다.

북한의 이날 도발은 또 최근 미 의회가 강력한 대북 제재 법안을 통과시키고,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 기업 1곳과 북한인 11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등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인 것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이나 한·미·일 등의 대북 압박 수준, 조기 대선 등을 고려해 다소 시기를 조절할 가능성은 있지만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탄두 장착 ICBM의 완성이라는 궁극적 목표는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북극성 2형 미사일도 고체연료 ICBM 개발의 전 단계로 안정적인 성능 확보를 위해 시험 발사됐지만 지난 2월 발사 때보다 최대 비행고도가 낮고 비행거리도 훨씬 짧아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군 고위 소식통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는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반드시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6/20170406003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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