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생방송 美앵커, 18분 뉴스 중 8분을 '北核 톱 뉴스'로 다뤄]

NBC, 거물급 레스터 홀트 파견… 오산기지 전투기 앞에서 생방송
"한반도 상황 엄중하게 보는 것"

- 美서 930만명이 보는 저녁 뉴스
뉴스 시작하며 "이곳 오산 기지서 DMZ까지는 전투기로 단 몇 분"
특파원 놔두고 거물급 앵커를 한국 보내 최전방 취재는 이례적
2~4일까지 한국서 뉴스 진행
태영호, 美앵커와 인터뷰에서 "北, 선제타격 임박 땐 ICBM 쏠 것"
 

"이곳에서 비무장지대(DMZ)까지는 전투기로 단 몇 분입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이곳 미군의 대비 태세를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인 NBC 뉴스의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58)는 3일(현지 시각) 오산 미 공군기지의 A-10 공격기 앞에서 저녁 메인 뉴스를 시작했다. 정장 대신 검은색 패딩 차림이었다. 리포트를 맡은 한 기자는 "트럼프 정부는 이제 '대북 선제타격론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했다.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북핵 위협을 막기 위해 군사 공격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주요 방송사가 아시아 특파원을 놔두고 거물급 앵커를 직접 보내 주한 미군기지와 최전방 일대를 취재하고 현지 진행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홀트는 작년 9월 미 대선 후보 첫 TV토론을 진행했던 인물이다. NBC 간판 앵커의 한국 취재는 미국이 그만큼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 핵시설 선제타격'이 검토됐던 1994년에도 CNN 등 미 주요 매체들은 간판급 기자를 한국에 급파한 적이 있다.

홀트는 주한미군이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오산기지 내 시설에도 들어갔다. 거대한 독수리 같은 고고도 정찰기 U2가 새벽에 오산기지 활주로를 이륙하는 장면을 차를 타고 시속 160㎞로 뒤쫓아 가며 카메라에 담았다. 핵실험 여부를 판명하기 위해 한반도 상공의 방사능 물질 등을 확인하는 관제센터 내부 모습도 찍었다.

美대선후보 토론 진행했던 앵커, 오산기지서 뉴스 진행 - 지난 3일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인 NBC 뉴스의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가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서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홀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 이어지는 한반도 분위기를 보도하기 위해 지난달 말 한국에 왔다. 홀트 뒤쪽으로 A-10(선더볼트) 공격기가 보인다. /NBC NIGHTLY NEWS
美대선후보 토론 진행했던 앵커, 오산기지서 뉴스 진행 - 지난 3일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인 NBC 뉴스의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가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서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홀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이 이어지는 한반도 분위기를 보도하기 위해 지난달 말 한국에 왔다. 홀트 뒤쪽으로 A-10(선더볼트) 공격기가 보인다. /NBC NIGHTLY NEWS

홀트는 이날 전체 18분 뉴스의 앞부분 8분을 북핵 문제에 할애해 톱 뉴스로 다뤘다. 15년간 격전지 종군 기자로 활약했던 리처드 엥겔 수석 특파원도 나와 홀트를 도왔다. 홀트는 미국 시각으로 지난 2일부터 시작해 오는 4일까지 사흘간 한국에서 뉴스를 진행한다.

홀트가 진행하는 NBC 저녁 뉴스는 주중 오후 6시 30분부터 방송된다. 1970년 첫 방송이 시작돼 지금은 미 전역에서 평균 930만명이 시청하는 인기 뉴스가 됐다. 홀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한반도 분위기를 직접 전하기 위해 지난달 말 한국에 왔다.

지난 2일 첫 방송에서 홀트는 개성공단으로 넘어가는 자유로 끝의 철조망 옆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홀트는 "북한 김정은이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리 혐의로 구속돼 정치적 불안이 크다"며 "북한의 핵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7일 한국을 방문해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제 끝났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포괄적 조처를 하겠다"고 말하는 장면도 자세히 내보냈다. 조만간 발표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초강경 기조일 것이며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강행하면, 미국의 대북 제재 수위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인 NBC 뉴스의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가 지난 2일 개성공단으로 연결되는 자유로 끝에서 방송하는 모습(왼쪽 사진). 홀트는 태영호 전 북한 공사도 인터뷰해 김정은 정권의 현 상황을 전했다(오른쪽 사진). /NBC NIGHTLY NEWS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인 NBC 뉴스의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가 지난 2일 개성공단으로 연결되는 자유로 끝에서 방송하는 모습(왼쪽 사진). 홀트는 태영호 전 북한 공사도 인터뷰해 김정은 정권의 현 상황을 전했다(오른쪽 사진). /NBC NIGHTLY NEWS

홀트는 3일 방송에선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 분위기를 집중적으로 전했다.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가 휴전선을 향해 줄지어 배치된 장면을 미국 시청자에게 소개했다.

홀트는 "오산 기지에서 북한까지 50마일(80㎞)이 채 되지 않는다"며 "이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인근) 볼티모어까지 거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남북한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의미다.

홀트가 인터뷰한 주한 미 공군 지휘관들은 물샐틈없는 대비 태세를 강조했다. 오산 기지의 앤드루 핸슨 중령은 "북한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대비도 상시로 하고 있다"고 했고, 621 공군 중대의 스워드 대위는 "우리의 첫째 임무는 북한 무력 도발을 억지하는 데 있지만, 필요하면 액션(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북한의 타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NBC 뉴스는 "북핵 문제가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한다면 최악의 경우 시애틀 등 미국 서부 연안도 북한 사정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홀트와 함께 한반도 상황을 취재한 엥겔 수석 특파원은 "북 핵 이슈는 트럼프 행정부의 첫째 글로벌 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홀트는 태영호 전 북한 공사를 인터뷰해 김정은 정권의 상황도 전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권력 유지를 위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의 (북한 타격) 징후가 임박했다고 느낀다면 북한은 핵무기가 탑재된 ICBM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5/20170405002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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