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행정부, 중국과 밀접한 '北 돈줄' 추가제재 발표]

- '백설무역'은 中 다롄에 기반
지목한 北 외화벌이 실무책임자 11명 중 5명이 중국에서 근무

- 매티스 美국방, 영국에서도…
'美의 최대 위협은' 기자가 묻자 "北 매우 무모하게… 저지돼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1일(현지 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6~7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이 어려운 만남이 될 것이라고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역뿐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어려운 이슈가 많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집중할 이슈 두 가지가 북한 도발과 대중 무역적자라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기간에 '중국을 압박해 북한을 때린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따라서 미 재무부가 미·중 정상회담을 엿새 앞두고 대북 독자 제재안을 전격 발표한 것은,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에 대한 '우회 경고'로 풀이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의 구체적 대북 제재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중국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첫 독자 대북 제재를 발표한 의도를 가볍게 넘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왼쪽) 미국 국방장관과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이 지난 3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왼쪽) 미국 국방장관과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이 지난 3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1979년 미·중 국교 수립 이후 미국의 대중 정책 기조가 '관대한 회유'였다면 앞으로는 '철저한 상호주의'로 바뀔 것"이라며 "이번 회담에서 미·중 관계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는 최우선 이슈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날 런던에서 열린 미·영 국방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장관은 '2012년에는 이란이 미국의 최대 위협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화제를 이란 대신 북한으로 돌리며 "지금 북한이 매우 무모하게 가고 있다.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중동 전문가인 매티스 장관의 머리에도 북한이 최대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이날 미 재무부의 대북 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전방위로 죄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정은 정권의 최대 수출품인 석탄 거래 기업을 정조준하고, 해외에서 달러를 실제 버는 실무책임자 11명을 '핀셋 제재'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해법은 북한의 돈줄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은행이 북한이나 이와 연관된 중국의 위장기업과 거래를 끊도록 하는 조치의 필요성이 거론될 것"이라고 했다.

미 재무부는 새로 제재 리스트에 올린 '백설무역'에 대해 "중국 다롄에 기반을 둔 백설무역 대표부는 북한 석탄 거래를 돕기 위해 여러 위장 회사도 설립했다"고 했다.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도 북한 해커가 연루된 도박게임 사건을 수사하며 "북한 정찰총국이 IT 무역업체로 위장한 백설무역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었다.

신규 제재 대상이 된 북한인 11명 중 강철수·박일규·장승남·조철성·김문철 등 5명은 중국에서, 김남응·최천영·한장수 등 3명은 러시아에서, 김영수·김동호 등 2명은 베트남에서, 리수영은 쿠바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이 중 강철수·박일규·리수영 등 3명은 화학무기 개발에 필요한 군수품 조달과 정보 수집을 담당해온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이다. '김정남 VX(신경 독가스) 암살 사건'과 이번 제재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장승남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부품을 조달하고 시리아 등에 미사일을 수출하는 데 관여한 '단군무역' 소속이다. 중국의 조철성은 김정은 정권의 돈세탁을 담당한 '조선광선은행' 소속이고, 중국의 김문철 역시 북한 정찰총국을 지원하는 '조선통일발전은행'에서 일했다. 또 러시아에서 근무한 3명은 북한 군부 등과 연계된 '조선무역은행' '일심국제은행' 등에 소속됐다. 베트남의 김동호는 '단천상업은행'에서 일하며 북한의 무기 거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고, 김영수는 유엔 제재 대상인 '원양해운관리회사' 대표를 지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3/201704030019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