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 꽁꽁 언 南北관계 속 스포츠 교류
북한 선수단이 한국 찾은 건 2014년 인천아시아드 이후 처음
축구는 27년만에 北서 남북대결
 

"(응원) 고맙습네다."

2일 오후 강원도 강릉하키센터. 관중석에선 '아리랑'과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가 함께 울려퍼졌다. 이날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아이스하키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A(4부 리그 격) 북한 대 호주의 경기 장면이다.

최근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징후로 남북 관계가 경직된 가운데 스포츠에선 교류의 물꼬가 열렸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강릉으로 내려왔고,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평양을 향해 출발했다. 북한은 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2일 강릉에서 개막한 아이스하키 여자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은 3일 평양에서 5개국이 겨루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아시안컵 B조 예선에 각각 참가한다.

 

이기고 오겠습니다 -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자아시안컵 예선 참가를 위해‘평양행’에 오르기 전 기념촬영을 했다.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3일 평양에 들어간다. 북한에서 축구 남북대결이 벌어지는 건 1990년 이후 27년 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기고 오겠습니다 -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자아시안컵 예선 참가를 위해‘평양행’에 오르기 전 기념촬영을 했다.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3일 평양에 들어간다. 북한에서 축구 남북대결이 벌어지는 건 1990년 이후 27년 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선수단이 한국을 찾은 건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2년 6개월여 만이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경우엔 한국 방문이 이번에 처음 성사됐다. 선수 20명, 임원 10명 등 30명으로 구성된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일 오후 2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곧바로 강릉으로 이동, 오후 8시부터 삼엄한 경비 속에 문을 걸어 잠그고 '비밀 연습'을 소화했다. 북한 선수들은 취재진에게 옅은 미소를 띠기도 하고 손도 흔들었다. '경기장은 어떠냐'고 묻자 "좋아요"라고 답하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깔깔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북한에서 아이스하키는 '빙상 호케이(하키의 북한식 발음)'라고 불린다. 북한 여자팀의 현재 세계 랭킹은 26위(한국은 23위)지만, 2001년엔 12위에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강했다. 북한 선수들은 평균 신장 160.7㎝로 작은 편이나, 투지가 넘치는 스타일이다. 북한팀과 2014년 경기를 해본 한국 대표팀의 박종아는 "보디체킹 때 북한 선수들은 '이 간나!(여자아이를 뜻하는 말)' 하고 외쳤다. 상당히 거칠었다"고 했다. 윙어를 '날개', 골키퍼를 '문지기'라고 부르는 것도 생소했다고 한다. 전직 대표팀 코치는 "당 간부 자제들이 아이스하키를 많이 하는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했다. 아이스하키 남북 대결은 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다.

 

활짝 웃는 北선수들 - 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 슬로베니아 경기를 지켜보며 환하게 웃는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 아이스하키 남북 대결은 오는 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활짝 웃는 北선수들 - 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 슬로베니아 경기를 지켜보며 환하게 웃는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 아이스하키 남북 대결은 오는 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2일 호주와의 경기에서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대2로 패했다. 북한 팀 매니저 한호철이 선수들에게 "(남쪽 관중이) 열렬히 응원해줬는데, 한마디 하라"고 하자, 부주장 김은정이 고개 숙여 "고맙습네다"라고 했다. 이날 '남북공동응원단' 270여명이 경기장을 찾아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한호철 매니저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네다"라고 했다. 북한 남녀 아이스하키는 본선인 평창올림픽에 오지 못한다. 한호철 매니저는 다른 선수들의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글쎄요. 두고 봅시다"라고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날 "북한 체육성 관계자를 만나 '평창에 참가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오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참가 자격을 주는 한 최대한 출전하겠다는 설명도 들었다고 한다.

축구는 1990년의 '남북통일 축구' 이후 27년 만에 북한에서 남북 경기가 열린다. 당시는 친선 경기였고, 공식 대회 타이틀을 놓고 남북이 북한에서 축구로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북한은 자국 내 애국가 연주 등에 부담을 느껴 홈에서 열릴 남북 대결을 제3의 장소에 서 개최하곤 했다. 축구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3일 평양에 도착할 예정이다. 축구 남북 대결은 7일 평양 김일성 경기장으로 예정돼 있다.

한국 선수단을 맞는 북한의 태도는 유화적이다. 북한은 예선 참가를 위해 한국 정부가 요청한 신변 보장 담보서를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지난 29일 보내왔고, 통일부는 이를 바탕으로 선수단과 기자단의 방북을 승인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3/20170403001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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