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 연주료가 가장 비싼 오케스트라는 어디일까. 빈 필하모닉이 96년 서울 공연 때 지휘자 주빈 메타 몫까지 쳐서 2회 공연에 40만달러였다.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그 해 서울 공연 연주료는 역시 2회 공연에 24만달러.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교향악단은 베를린 필하모닉으로, 2002년을 목표로 초청을 추진 중인 한 기획사에 따르면, 2회 공연에 50만달러 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에 오는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이 모든 기록을 단번에 경신할 것 같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문화관광부와 KBS초청으로 서울에 와서 20· 22일 단독 공연, 21일 KBS 교향악단과 합동 공연을 한다. 문화관광부는 “공식 개런티는 없다”고 밝혔고 KBS 역시 “추석날 백두산 생중계와 교향악단 초청을 묶어서 텔레비전 2만대를 북한에 전달키로 한 게 전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 문화교류 사례에 비춰, 조선국립교향악단 서울 연주가 무료로 이뤄질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지난 5월 MBC와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초청한 평양교예단의 경우 공식 출연료는 100만달러였지만 서울 공연 총경비는 현금과 텔레비전 등 현물을 합해 550만달러(출연료 포함)였다고 당시 공연을 대행했던 NS21(대표 김보애)이 밝힌 바 있다.

조선국립교향악단 서울 초청은 당초 한 민간 공연 기획사가 기획했었다. 평양·서울 연주회를 주선했던 민간기획사 CnA는 두 도시서 각 1회씩 2회 연주회를 200만달러에 계약했다. 곡절 끝에 한국 연주진이 평양에 들어가고 협연자 조수미가 북경서 입북을 기다리는 와중에 공연이 무산됐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이번 서울 연주는 CnA와 상관없이 이뤄진다. 때문에 CnA는 북한과 정부, KBS를 상대로 ‘공연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기도 했다. CnA 관계자는 “북한 측 관계자로부터 (CnA가 계약한) 공연은 무산된 것이 아니며, 이번 정부·KBS 초청과 별개로 언제든 하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지금 남북 문화 교류에서 아쉬운 쪽은 남쪽, 느긋한 쪽은 북쪽이다. 남북 문화교류가 순수한 문화적 이해나 시장 논리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야말로 남한 특수를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김용운기자 proart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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