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국가로 지목한 후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다른 축:모스크바'라는 제하의 도쿄발 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하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10주간 세번째로 지난 17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의 연례 사육제(마슬레니차) 행사에 노동당 중앙위원들을 대거 대동한 채 참석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일성 사망 후 지난 8년간 북한을 통치해온 김정일 위원장이 올해 이전에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한 모습을 기억할 수 없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러시아가 북한에서 아주 인기있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980년대에 평양 주재 대사관에서 일했던 구소련 외교관 출신인 알렉산드르 만수로프는 이 신문에서 '만일 미 정부가 북한 반대 연합전선을 펼 경우 러시아가 자기 편이 돼줄지 북한 사람들은 확실히 알고 싶어 한다'면서 '위기가 왔을 때 러시아가 어떤 군사작전도 지지하지 않기를 알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이번주에는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모스크바를 방문, 일리야 클레바노프 산업과학기술부장관을 만나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화력발전소 개선을 위한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이 회담은 지난 10년간 양국간의 소원한 관계가 끝났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을 감안해 북한에 확실한 언질을 주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상업적 시장으로서 가진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지난 91년 한.소수교 이후 단절됐던 양국 관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상호 양국 방문으로 정상화됐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증대함에 따라 더욱 가깝게 됐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현재 호놀룰루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APCSS)에서 안보학을 강의하는 만수로프는 '요즘 러시아 대사는 1주일에 거의 한 번꼴로 김정일을 만난다'면서 '냉전시절로 회귀한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북러관계의 강화를 더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경제적 기회를 노리며 북한에 대한 개발 및 에너지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구애 역시 무역, 원조, 외교관계를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이 신문은 말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