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증거부족으로 석방된 북한 국적 리정철이 추방되기 직전 북한 영사를 면담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영상이 공개되자 리정철이 이 사건과 관련해 북한 김유성 영사부장과 사전 모의 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언론 아스트로아와니는 “리정철이 석방된 이달 3일 평양으로 추방되기 직전 이민국(출입국사무소)에서 촬영된 것”이라며 1분 10초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에서 리정철은 경찰에 둘러싸여 건물에 들어간 뒤 한 방에 들어가 김유성 부장을 포함한 북한영사관 직원 2명과 면담한다.



영상은 잡음이 있고 말소리가 작아 알아듣기 쉽지 않지만, 김 부장이 리정철에게 “정말 수고했다. 안 그래도 일사분란하게끔 나간 동지들이 리정철 동무에 대해서 걱정 많이 했다”고 리정철에 말하는 내용이다.

리정철은 이에 “고맙습니다”라며 무언가가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답한다. 김 부장은 이어 “잘했어. 수고했다고…. 간단치 않은 것인데 그거”라며 리정철을 격려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리정철이 김정남 피살과 관련 없는 ‘평범한 가장’이라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한 당국으로부터 사전에 모종의 임무를 부여 받고 수행했음을 암시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일사불란하게끔 나간 동지들’은 김정남을 암살한 직후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출신 용의자 4명을 지칭한다는 해석이다.

리정철은 또 영상에서 “경찰이 화학 쪽으로 내가 전문가라는 건데”라고 말하며 걱정하자 김 부장이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 안됐어”라고 말한다.

김 부장이 이어 “이젠 다 이렇게 되고 말았더라고" "오늘 나가니까…절차를 따로 하게 되면” “그건 우리가 몇 차례 제기를 했는데…" 등 김정철이 증거 부족으로 석방되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추방 결정 전까지 리정철에 대한 영사 면담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대화를 나눈 시점은 추방 결정 후에 리정철과 김 부장이 처음 만난 때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이라도 영사관 직원이 아무 관계 없는 처음 보는 주민에게 반말로 말을 하지는 않는다”며 “두 사람의 대화하는 투로 볼때 이전부터 알았고 지시를 주고 받는 상하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사망 직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평양으로 출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리재남, 홍송학 등 용의자 4명이 탄 차량이 리정철 소유임을 확인하고 리정철을 체포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리정철은 북한 용의자들에 차량을 제공하고, 화학전문가로 신경작용제 VX 제조 등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0/2017031001134.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