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전개 다음날, 中기업에 외국기업 사상 최대 벌금]

- 美장관들, 中겨냥 초강경 발언
상무장관 "경고… 게임은 끝났다", 법무장관 "모든 수단 써서 처벌"

- 中의 '사드 보복'이 촉매 역할
우리정부 "美 나서달라" 요청에 백악관 "사드는 韓·日안보문제"
국무부 "中에 대한 위협 아니다"

- 北돈줄도 더 꽁꽁 묶어
WSJ "최근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금융거래망서 北은행 3곳 퇴출"
 

미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한반도 전개 하루 만인 7일(현지 시각) 북한·이란과 불법 거래를 한 혐의로 중국 통신 대기업 ZTE(중싱통신)에 '벌금 폭탄'을 투하했다. 중국을 압박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시동을 거는 양상이다. 미국은 '사드 문제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도 우리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중국 2위의 통신 장비 업체 ZTE에 부과한 벌금은 11억9200만달러(1조3640억원) 규모다. ZTE의 2년치 순익과 맞먹는다. 백악관은 "미 정부가 제재와 관련해 기업에 물린 사상 최대의 벌금액"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 1위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華爲)에 대해서 ZTE와 비슷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중국 1~2위 통신 장비 업체가 거의 동시에 미국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중 국경의 '시골 기업'인 훙샹그룹에 대해서만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불법 거래하는 제3국 기업·개인 제재)'을 적용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핵심 기업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백악관과 中외교부, 사드 놓고 충돌 - 7일(현지 시각) 숀 스파이서(왼쪽 사진)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의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사드 배치는 한국과 일본의 국가 안보 문제”라고 했다. 왕이(王毅·오른쪽 사진) 중국 외교부장은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AP·신화 연합뉴스
백악관과 中외교부, 사드 놓고 충돌 - 7일(현지 시각) 숀 스파이서(왼쪽 사진)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의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사드 배치는 한국과 일본의 국가 안보 문제”라고 했다. 왕이(王毅·오른쪽 사진) 중국 외교부장은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AP·신화 연합뉴스

북한·중국 등을 겨냥한 미 행정부의 발언 강도도 과거와 다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ZTE 제재에 대해 "전 세계에 던지는 경고다. 게임은 끝났다"며 "경제 제재와 수출통제법을 무시하는 나라들은 처벌을 피할 수 없고, 가장 혹독한 결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미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회사에 대한 처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미 상무부와 재무부·법무부가 낸 ZTE 관련 첫 보도 자료에는 ZTE와 이란 간 거래만 거론했지만, 이후 미 정부 고위 관료들이 직접 나서서 ZTE가 북한과도 불법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 현실화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최근 중국 행태와 관련해 미국 측에 '한국이 중국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다. 사드는 한·미 공동의 문제인 만큼 미국도 나서 달라'고 하자, 미국 측은 '도움이 필요하면 뭐든 얘기해 달라.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드 배치와 관련해 백악관이 "한국과 일본의 안보 문제"라고 하고, 국무부가 "중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다"고 말한 것은 이런 한·미 공조의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ZTE 제재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중·일 방문(15~19일)을 앞두고 결정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틸러슨 장관은 북핵 해법으로 '세컨더리 보이콧' 확대 적용을 시사해왔다.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은 계속 방치하면서 북핵을 막기 위한 사드에만 보복의 칼을 휘두른다면 미국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적으로 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계속 쏘고, 김정남을 암살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최근 대북 압박에 금융과 외교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국가 간 자금 거래를 관리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가 최근 조선대성은행·조선광선은행·동방은행 등 북한 국영은행 3곳을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퇴출했다고 보도했다. SWIFT망 퇴출은 정상적인 국제금융 거래가 완전히 끊겼다는 의미다. WSJ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목록에 오른 이들 국영은행이 계속 SWIFT망을 사용하는 흔적을 발견하자 곧바로 퇴출 조처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도 이날 북한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언론 성명을 채택하고 "중대한 추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보리는 8일 북한 도발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외교 소식통은 "조만간 결정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오는 4월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9/20170309003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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