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北과 거래한 죄' 中國기업에 벌금 폭탄

미국 정부가 7일(현지 시각) 중국 2위 통신 장비 업체인 ZTE(중싱통신)에 대해 미국의 대(對)북한·이란 제재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11억9200만달러(약 1조364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미국의 대외 제재 규정 위반과 관련한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전날 주한 미군에 사드 배치를 시작한 데 이어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개인 제재)'까지 본격적으로 꺼내 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 때부터 강조해온 '중국 압박을 통한 대북 제재'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미국 상무부와 재무부·법무부는 이날 벌금 부과 사실을 발표하면서 "ZTE가 미국의 민감한 기술이 북한과 이란 같은 적대적 정권에 넘어가는 것을 막는 '미국 수출 통제 및 제재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상무부에 따르면 ZTE는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년여간 미국의 기술이 포함된 휴대전화 네트워크 장비 3200만달러(약 366억원)어치를 이란 정부 산하 기업 등에 판매하고, 북한에도 283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수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ZTE가 부과받은 벌금은 약 8억9200만달러이고, 나머지 3억달러는 7년의 유예 기간 동안 합의를 위반할 경우 내야 하는 추가적인 벌금"이라고 전했다. ZTE는 제재 위반과 관련해 계속 거짓말을 하는 등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를 전방위로 벌였으나 결국 관련 혐의를 인정했다고 미 정부는 말했다 .

미국 정부는 또 중국 1위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華爲)에 대해서도 비슷한 혐의로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위반 정도가 엄중하면 화웨이는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오바마 행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제재했던 중국 단둥의 훙샹그룹은 ZTE나 화웨이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