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 말레이시아 국민 출국 금지]

외교가 "전례 찾아볼 수 없어"
말레이 "우리 국민이 안전해야 북한인들도 출국할 수 있다"
네티즌들 "개성공단의 미래… 재가동 반대해야" 목소리 확산
 

북한이 7일 자국에 체류 중인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금지한 것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인질 외교'"란 반응이 나왔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우리 시민을 '인질'로 잡은 이런 혐오스러운(abhorrent) 조치는 모든 국제법과 외교 규범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했다. 우리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저것(인질 사태)이 개성공단의 미래"라며 개성공단 재가동에 반대하는 여론도 일기 시작했다.

근거 없는 억류는 국제법 위반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말레이시아 국민에 대한 출국 금지 조치를 발표하며 그 기한을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김정남 암살)이 공정하게 해결돼 말레이시아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 담보가 완전하게 이뤄질 때까지"라고 밝혔다. 북한인 8명을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고 이번 억류 조치를 취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한 셈이다. 용의자로 지목된 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 숨어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에 대한 수사를 포기하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북한의 이런 조치를 합리화할 만한 국제적 규범이나 전례는 찾기 힘들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외국인의 출국을 막으려면 그 사람 개인이 문제가 될 만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뚜렷한 혐의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단지 두 나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국 국민을 모두 억류하는 것은 정상적인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쟁법(laws of war)에는 국가 간의 무장 충돌이 있을 때 자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전쟁포로나 상대국 민간인을 억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전시(戰時)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자국 국민을 불법 억류당한 말레이시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외신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북한 대사관 정문에는 폴리스 라인이 생겼고, 주변 도로가 폐쇄됐다. 이전까지 북한 대사관 직원에 한정해서 내려졌던 출국 금지 조치는 곧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는 '북한인 전체'로 격상됐다. 라작 총리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다면서 "북한에 있는 모든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받을 때까지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북한인들도 출국할 수 없다"고 했다. 또 할릿 아부 경찰청장은 북한 대사관에 숨어있는 현광성과 김욱일이 나올 때까지 "설령 5년이 걸리더라도 기다릴 것"이라며 수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개성공단 재개 반대 여론 일어

북한의 말레이시아 국민 억류 조치가 알려지자, 우리 네티즌들은 작년 2월 폐쇄된 개성공단의 재가동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이날 관련 게시판에는 "만약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드 배치를 핑계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한국인들을 다 볼모로 잡았을 것" "개성공단에 (다시 가면) 북한의 인질이 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 개성공단이 가동되던 시절 북한은 수시로 개성공단을 볼모화했다. 2009년 3월에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반발하며 육로 통행을 전면 금지했고, '북한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현대아산 근로자 1명을 136일 동안 억류했다. 2013년 4월에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열린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비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개 성공단 폐쇄를 발표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입주 기업의 우리 측 인원이 모두 철수할 때까지 북한이 이들의 귀환을 막을 가능성에 가슴 졸여야 했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가동되는 동안에는 북한이 언제든 우리 측 인원을 인질로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정책을 수립해야 했다"며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그런 상황도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8/20170308003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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