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1000㎞ 스커드 개량형
논바닥에서 4발 한꺼번에 발사… 불시·다발·정밀 타격 능력 과시
北의 미사일 총사령탑 김락겸, 6개월 만에 공개 석상에 나와
 

북한은 지난 6일 발사한 4발의 미사일이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增援) 병력과 장비가 출동하는 주일 미군 기지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일 미군 기지들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되면 한·미 양국 군은 전쟁 수행 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북한은 또 4발의 미사일을 한꺼번에 발사해 동시에 여러 개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능력을 과시하려 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한꺼번에 4발을 쏜 것은 새로운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이번 탄도로켓(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은 전략군 화성포병들의 핵전투부 취급 질서와 신속한 작전 수행 능력을 판정 검열하기 위하여 진행됐다"며 훈련에 "유사시 일본 주둔 미군 기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고 있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 부대들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화성'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붙인 이름이며 '주일 미군 기지 타격'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지난 6일 실시한 4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스커드ER 4발이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인근 논(畓)에서 거의 동시에 발사되고 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주일 미군 기지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지난 6일 실시한 4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스커드ER 4발이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인근 논(畓)에서 거의 동시에 발사되고 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주일 미군 기지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TV

 

 

북한이 미사일 탄두(彈頭) 부분을 의미하는 '핵전투부' 취급 훈련을 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이날 현지에서 훈련을 지도하고 "언제 실전으로 번져질지 모를 준엄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고도의 격동 태세를 유지하라"고 했다.

북한은 6일 발사한 미사일의 종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합참은 스커드미사일의 개량형인 스커드ER(Extended Range)인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스커드ER의 최대 사거리는 1000여㎞로 상당수의 주일 미군 기지들을 사정권에 넣고 있다. 북한이 주일 미군 기지를 겨냥한 것은 7개의 주일 미군 기지가 유엔사 후방 기지로 지정돼 한반도 유사시 대규모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요코스카 해군 기지에는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핵 추진 공격용 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7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이와쿠니 기지엔 북 레이더망을 피해 핵 시설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 해병대 수직 이착륙 스텔스기 F-35B가 최근 배치됐다. 사세보 기지엔 4만t급 대형 상륙함 등 상륙 함정들과 탄약 수백만t이 비축돼 있다.

북한은 이 기지들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전면전 시 미 병력과 장비가 한반도로 출동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거나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다. 국정원은 "미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미·북 관계를 새롭게 하자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6일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봤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날 ‘미사일 총사령탑’인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원 안)도 6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6일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봤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날 ‘미사일 총사령탑’인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원 안)도 6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노동신문

북한이 도로 위가 아닌 논(畓)에서 미사일들을 쏘고 사거리가 더 긴 노동(1300㎞) 대신 스커드ER을 잇따라 발사하고 있는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군 소식통은 "논바닥에서 쏜 것은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커드ER은 목표물의 50~190m 이내에 떨어뜨릴 정도의 정확도를 갖고 있어 정확도가 1~3㎞ 정도인 노동미사일에 비해 매우 높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략군 사령관인 김락겸 대장과 박영래 전략군 중장이 현지에서 김정은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총사령탑'으로 불리는 김락겸 사령관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6개월 만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8/20170308003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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