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격으로 미사일 발사前 무력화… 작년 8발 중 7발 실패]

- 악성코드 심고 전자기파 공격
미사일 방어 체계만으론 한계, 2014년 사이버 전력 증강 나서
"北미사일 기술 진전 수년 늦춰"

- 北도 반격 나선 듯
이동식 발사대 등 대응책 마련… 올초 신형 중거리 미사일 성공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초 북한 핵·미사일 기술의 진전을 늦추기 위해 'Left of launch(발사 직전 교란)'라 불리는 사이버·전자전 능력 증강에 나섰다. 실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곧 현저한 속도로 실패하기 시작했다."

미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의 북핵·미사일 대응 고민을 다룬 뉴욕타임스(NYT)의 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북한 사이버·전자 공격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작년에 발사한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이 대부분 실패한 것이 사이버 공격의 결과라는 것이다. NYT는 "미 당국자들은 이를 통해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용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수년간 늦췄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선택은 대북 사이버 공격

NYT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결정적 경각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이다. 핵실험 며칠 후 미 국방부는 캘리포니아·알래스카의 미사일 요격 부대 확대 방침을 발표하는 동시에 'Left of launch'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는 사이버 공격, 전자기파 공격 등으로 적 지휘부, 미사일 통제 컴퓨터, 센서, 통신망 등을 교란·파괴해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하는 계획이다. 마틴 뎀프시 당시 미 합참의장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악성 소프트웨어, 레이저, 신호 교란을 의미하는 '사이버전과 에너지·전자 공격'이란 표현을 썼다.

미사일 요격 능력 증강과 사이버·전자전 능력 강화의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초 사이버전 강화를 택했다고 한다.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미 본토 방어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그즈음 도출됐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격의 위력

그 효과는 곧 나타났다. 북한은 작년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맞아 동해안에서 중거리 무수단 미사일의 첫 시험 발사에 나섰다. 2007년 시험 발사 없이 실전 배치한 사거리 3000㎞의 무수단을 발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미국 괌 기지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위대성을 선전하고 전방위 국제 제재로 어수선한 내부 결속을 다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사일은 발사 수초 만에 상승 단계에서 공중 폭발했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까지 북한은 총 6차례에 걸쳐 무수단을 8발 발사했지만 이 중 '부분적 성공'으로 평가받는 것은 6월 22일 발사한 2발 중 나중에 쏜 1발뿐이다. 나머지 7발은 대부분 발사 직후 폭발하거나 발사와 동시에 폭발해 발사 차량까지 까맣게 태웠다. 정부 소식통은 "미사일 발사 책임자들이 강등·실각했다는 첩보가 많았다"고 했다. NYT는 "작년 가을 김정은이 '미국이 미사일 발사를 막고 있는 건 아닌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반격에 나선 북한

하지만 북한은 지난달 12일 무수단 대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을 개량한 신형 중거리 미사일('북극성 2형')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미국이 사이버 공격 프로그램을 가동해온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이에 대한 방어책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실제 북한은 미국의 '방해 공작'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처음 등장한 무한궤도형(型) 이동식 발사대도 그 대책 중 하나로 보인다. 기존의 바퀴형 이동식 발사 차량과 달리 무한궤도형은 도로뿐 아니라 야지(野地)에서도 은신·기동할 수 있어 사전 탐지가 매우 어렵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발사 직전 가동되는 사이버 공격 프로그램을 회피하기 위한 대책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사이버 공격 프로그램과 무수단 발사 실패 사이의 연관성을 낮게 보는 의견도 있다. 군 관계자도 "작년 무수단의 잇따른 실패는 아직 완전치 못한 북한의 미사일 능력과 미사일 제작 과정 상의 실수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Left of Launch(발사 직전 교란)

악성코드, 전자기파 등으로 미사일 통제 시스템을 교란해 미사일을 발사 전에 무력화하는 개념. 직역하면 '발사의 왼편'인데, 이는 미사일 요격 단계를 '발사 준비→발사→상승→하강'으로 나눌 때 '발사'보다 왼쪽에 있는 '발사 준비' 단계에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6/20170306002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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