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예정된 양국 '1.5트랙 대화', 국무부의 비자발급 취소로 무산
北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검토

 

 
 

김정남 암살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그의 암살에 신경성 맹독 물질인 VX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초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추진하던 미·북 간 1.5 트랙(반관반민) 대화 기회부터 차단하고 나섰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전 세계에) 핵뿐만 아니라 화학무기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며 "고립을 심화시킨 최악의 자충수"라고 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25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구체화했던 미국과 북한 간의 1.5 트랙 대화가 북측 인사에 대한 미 국무부의 비자 발급 거부로 취소됐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9일 "최경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 등 북한 관리들이 뉴욕에서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을 만나기 위해 미 국무부에 비자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가 이를 승인했다면 반관반민(半官半民) 형식이지만 6년 만에 미국 땅에서 열리는 미·북 회동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국무부는 금요일(24일) 오전까지만 해도 김정남 암살 사건(13일)과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비판에도 비자를 내주기로 결정한 상태였다"며 "(김정남 시신에서 VX가 검출된 이후) 국무부 위에 있는 누군가가 이 결정을 번복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백악관이 (국무부의 대화) 결정을 취소시킨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미 정부 관리를 인용해 "북·미 1.5 트랙 대화의 무산 원인은 북한의 VX 사용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VX 사용으로 화학무기 확산 우려가 제기되자 민간 차원의 대화문까지 닫아버린 것이다.

 

北대사관의 입단속? 말레이 거주 주민들 소집 - 북한 외교관 및 주민 20여명이 25일(현지 시각)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에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1시간 30분쯤 대사관에 머무르다가 나왔다. 모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대사관 측이 입단속 등을 위해 부른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뉴시스
北대사관의 입단속? 말레이 거주 주민들 소집 - 북한 외교관 및 주민 20여명이 25일(현지 시각)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에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1시간 30분쯤 대사관에 머무르다가 나왔다. 모인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 대사관 측이 입단속 등을 위해 부른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뉴시스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국이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며 "현재 VX가 사용된 이번 암살 사건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의회에서도 공화·민주 양당이 초당파적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VX를 공공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테러 행위"라고 했고,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윤병세 “제네바 회의서 VX암살 따질 것”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윤 장관은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화학무기 문제 쟁점화에 나선다. /뉴시스
윤병세 “제네바 회의서 VX암살 따질 것”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윤 장관은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화학무기 문제 쟁점화에 나선다. /뉴시스

북한은 지난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 폭파 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8년 11월 핵 검증 합의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VX를 '실질적 위협(real threat)'으로 규정하며 대량살상무기(WMD)로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VX 제조와 사용은) 우리가 인지해 왔던 실질적 위협"이라며 "이러한 맹독성 신경작용제가 미사일 탄두와 다른 무기에 장착되면 대량살상무기가 된다"고 말 했다.

CNN은 "VX를 살인 무기로 사용한 것은 끔찍할 뿐 아니라 아주 멍청한 행동"이라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인권 유린에 이어 화학무기로 국제사회와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VX까지 동원한) 이번 사건으로 북·중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한 면을 털어 북한의 화학전 능력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7/20170227002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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