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김정남 암살은 국가주도 테러… 재지정할 명분 충분"

- 한국 정부도 압박 동참
내주 한·미·일 6자 대표 회동과 유엔 인권회의서 암살 논의할 듯
尹외교 "국제사회, 조치 취할 것"
 

김정남 암살에 북한 정권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 의회 상·하원에서 모두 북한 '테러 지원국' 재지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비(非)국가 조직이 자행하는 일반적 테러와 달리 외교관이 개입한 '국가 주도 테러'인 만큼 재지정 명분이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는 다음 주부터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김정남 암살 문제를 안건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하원 모두 재지정 추진

미국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 위원장은 22일(현지 시각)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사건은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것"이라며 "나는 북한의 테러 지원국 재지정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했다. 북한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 항공기 폭파 사건을 일으켜 이듬해 1월 테러 지원국 명단에 올랐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핵 검증에 합의함에 따라 2008년 11월 명단에서 빠졌다. 가드너 위원장은 지난 14일 동료 상원 의원 5명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북한의 테러 지원국 재지정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브래드 셔먼 의원도 지난 16일 의회 청문회에서 "김정남의 죽음은 우리가 북한을 테러 지원국에서 제외하지 말아야 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공화당 소속 테드 포 하원 의원은 지난달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북한의 모든 도발 대부분이 (테러 지원국) 항목을 충족한다"고 했다.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과 무역·투자·원조 관계는 중단되고,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 기구에서 지원이나 차관을 받을 때도 제한이 생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이미 2중·3중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돼도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핵·미사일 폭주 국가'에 이어 '테러리스트 국가' 낙인이 찍힌다는 상징적 효과는 크다"고 했다. 현재 미국의 테러 지원국 명단에는 이란·시리아·수단 등 3국만이 남아 있다.

◇6자 대표 회동서 한·미·일 협의

우리 정부도 이런 움직임을 적극 뒷받침할 예정이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서 "미 의회 차원에서 테러 지원국 재지정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동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미국과 필요한 협의를 하고 상황에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 대표 회동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출장 중인 윤병세 외교장관도 이날 간담회에서 "김정남 암살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국제사회가 다양한 조치를 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김정남 암살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주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테러리즘 중 가장 심각한 '국가 주도 테러리즘"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아세안 회의서 북한 박대 예상

이번 사건은 그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와 북한의 관계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암살 장소인 말레이시아와 자국민이 범행에 연루된 베트남·인도네시아가 모두 북한에 대해 '골칫거리'란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베트남·인 도네시아 모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내에서 상당히 무게 있는 국가다. 김정남 암살 사건과 그 파장을 목격한 태국 등 아세안 내 다른 나라에서도 북한이 자국 내에서 불법 활동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올해 회의에 북한이 초청받지 못하거나 박대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4/20170224002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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