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외교부, 김정남 이름도 언급 않고 '그 사건, 예의주시'라고만 말해
관영TV는 경찰 발표 보도 안 해

인터넷 등 온라인선 분노 쏟아져 "金씨 3대가 왕조놀이… 망할 것"
 

22일 오후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장. 한 한국 기자가 "김정남 피살에 북한 대사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점에 대한 중국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지난 13일 김정남 암살 이후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선 한 번도 빠짐없이 이번 사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겅솽(耿爽) 대변인은 이날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그는 '김정남'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기 싫은 듯 '그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말레이시아 경찰이 자국 주재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이 김정남 암살의 용의자라고 발표했지만, 중국의 공식 반응은 "예의 주시"가 전부였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 매체도 '김정남'이란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한 북한 국적 남성의 말레이시아 사망 사건"이라고 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말레이 경찰 발표는 보도조차 않고,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하는 북한 대사관 주장만 전달했다. 신화통신은 쿠알라룸푸르발 기사에서 "현지 북한 대사관 직원이 용의자"라는 사실은 쏙 뺐다. 반면 중국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선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김씨 왕조의 3대(김정은)가 현대사회에서 봉건사회 놀이를 하고 있다" "(북한처럼) 잔혹한 나라는 결국 멸망할 것"이라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김정남 피살 소식이 처음 전해진 이후 중국 외교부는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해온 것이 맞느냐'는 질문을 계속 받았다. 그러나 답변은 항상 "모르는 일"이었다.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할 이유가 없다"며 김정남과 중국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중국의 이런 모습은 천안함 폭침(2010년)이나 장성택 처형(2013년) 때와 꼭 닮았다는 지적이다. 장성택이 잔인하게 처형된 것에 대해 국제사회와 중국 국민은 분노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북한 내부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북한은 '친중파' 장성택에 대해 "정권 탈취 후 큰 나라(중국)의 인정을 받으려고 했다"며 중국을 겨냥했었다. 그런데도 중국은 눈을 감았다. 북한이 궁지로 몰리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북한을 감싸던 모습을 이번에도 반복하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북한이 자백하지 않는 한 전면에 나서서 북한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북한 전문가도 "김정남 가족이 중국에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김정남 암살과 북한의 관련성을 인정할 경우, 시신 인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북·중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 긋기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 때도 중국은 한국이 제시하는 명백한 증거에는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도 중국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생떼'를 쓰는 북한에 대해 "(양자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기를 희망한다"며 사실상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태도는 결국 자신의 외교 공간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제대로 된 북한 압박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한국만 압박하고, '반인륜적 테러'를 저지른 북한은 못 본 체한다면 중국 외교를 '대국 외교'라고 말할 수 없다는 비판이 중국 내부에서도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이번만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성택 사건 때도 중국은 약 1년간 북한과 고위급 교류를 중단한 바 있다. 난징대 주펑 교수는 "이번 사건은 장성택 때보다 훨씬 파장이 큰 '반인륜 국제 범죄'라는 점에서 중국도 주변의 비판 여론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3/20170223001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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