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할 때 종종 머무른 북한 대사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했던 의문의 화재 사건〈본지 18일자 A5면·사진〉 당시 김정남 일가로 추정되는 피해자들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화재 원인 조사도 거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21일 입수한 당시 화재 보고서에 따르면 불은 2014년 2월 4일 오전 7시 28분 발생했다. 보고서에는 '온 동네에 연기가 번질 정도였는데도 집 안에서 아무도 안 나와 불길을 뚫고 집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고 적혀 있지만, 피해자들의 신원과 화재 원인 등은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다.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쿠알라룸푸르 발라이(Balai)소방서 소속 A씨는 이날 본지와 만나 "덩치가 큰 남성을 부축해서 나왔는데 지금 보니 김정남이었던 것 같다"며 "(화재 당시)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소방서는 화재 보고서에 구조자들의 이름과 나이·국적·주민번호 혹은 여권번호 등을 의무로 기재하도록 돼 있고, 현장 분석을 통해 화재 원인도 적어야 한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Kim Mi Smi(김미심의 오기로 추정)'이라는 이름의 여성 1명만 적혀 있는 데다 국적도 없이 40대라고 돼 있다. A씨는 "이 이름도 구두로 들은 것이지 신분증 등을 통해 확인하지 못했다"며 "김정남으로 보이는 남성과 나머지 가족은 모두 이름이나 나이를 밝 히는 것을 꺼렸다"고 했다. 화재 원인과 관련해서도 소방서 측은 "이들이 조사를 극구 거부해 '원인 미상'으로 결론 냈다"고 했다.

화재가 발생한 시점은 김정남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김정남·정은의 고모부)이 처형된 지 두 달여 뒤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당시 김정남이 이곳을 찾았다가 북한 정부에 의해 살해될 뻔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2/20170222003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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