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암살 당시 CCTV 동영상 보니…

- 김정남, 경호원 없이 홀로 공항에
좌우서 여성 2명 접근해 공격… 金, 직원·경찰에 도움 요청
2층 의무실 도착 직후 정신 잃어

- 현지 언론 "여성들도 통증"
"여성들 범행후 얼얼한 통증 느껴 남성이 화장실서 손 씻으라 해"
체포된 리정철 "난 관련 없다"
 

'2.33초.'

김정남 암살에 가담한 베트남 여권 소지자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여권 소지자 시티 아이샤(25)가 실제 범행을 저지르는 데 걸린 시간이다.

19일 밤 일본 후지TV의 시사 토크 프로그램인 '미스터 선데이'는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김정남 암살 당시의 쿠알라룸푸르공항 CCTV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건 당일인 13일 공항 내 김정남 동선(動線)을 따라 설치된 CCTV 녹화 영상을 이어 붙인 것이다.

5분 26초짜리 동영상의 첫 장면에서 김정남은 밝은 청색 재킷 차림으로 오른쪽 어깨에 배낭을 메고 등장했다. 출국장에서 공항 안내판을 보며 비행기 시간을 확인한 김정남은 공항 무인발권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때 그의 좌우에서 흐엉과 아이샤로 보이는 여성이 슬그머니 등장했다.

곧이어 흐엉으로 보이는 흰색 상의를 입은 여성이 김정남 등 뒤에서 두 팔로 그의 목 부분을 강하게 감싸는 장면이 나왔다. 김정남에게 독극물 공격을 하는 모습으로 추정된다. 화면이 흐려 액체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인지,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막는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아이샤로 추정되는 여성도 김정남 옆에서 포착됐다.

 

 
 

 

 

두 여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곧바로 CCTV 화면에서 사라졌다. 김정남 공격에 걸린 시간은 2.33초에 불과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은 앞서 경찰을 인용해 "5초 만에 범행이 끝났다. 무결점(flawless)"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실제 범행 시간은 5초보다도 더 짧았다.

독극물 추정 공격을 당한 김정남은 공항 직원들에게 손짓하며 뭔가를 설명하려고 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김정남은 당시 "매우 고통스럽다. 누군가 액체를 뿌렸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공항 경비대원이 김정남을 공항 의무실까지 안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정남은 크게 흐트러진 모습 없이 걸었다. 하지만 의무실 도착 직후 정신을 잃었다. 말레이시아 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18일 공항 의무실 소파에서 의식을 잃은 채 널브러져 있는 김정남의 사진을 보도했다.

범행은 간결하고 빈틈이 없었다. 외국 국적 여성 두 명을 이용해 순식간에 작전을 완성했다. 독극물은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검출이 어려운 특수 독극물을 사용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두 여성도 범행 후 독극물로 인해 통증에 시달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중국보(中國報)는 경찰을 인용해 "두 여성이 김정남에게 장난을 친 직후 얼얼하고 자극적인 통증이 느껴졌는데, 그 남성(북한 국적 용의자 중 한 명)이 빨리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으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보도했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공항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CCTV만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은 완전 범죄가 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북한 측이 왜 CCTV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목격자가 많은 공항을 범행 장소로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신속한 탈주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암살 용의자인 북한 국적자 4명이 모두 평양으로 달아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 있는 북한 국적 용의자는 17일 체포된 리정철(47) 한 명뿐이다. 리정철에게 수사가 집중되고 있지만, 리정철은 "나는 김정남을 죽이지 않았다. (암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20일 "(북한으로 달아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말레이시아에서 이동할 때 사용한 차량이 리정철 명의였다"고 보도했다. 리정철이 암살 사건에 개입했다면 왜 다른 용의자들과 함께 도망가지 않고 말레이시아에 남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중문 매체 동방일보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리정철은 (달아난) 주범 4명이 준비한 '희생양'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누군가 현지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는 데다, 리정철이 단순 조력자였다면 체포되더라도 평양으로 연결되는 '윗선'이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말레이시아에 남겨두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1/2017022100295.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