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이산가족 서울방문단 최종 명단이 발표된 8일, 통보를 받은 남쪽 가족들은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라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남쪽의 부모 형제들은 이날 북의 가족들에게 선물할 금반지, 옷가지 등을 준비하며 종일 들뜬 하루를 보냈다.

지난 83년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을 진행했던 아나운서 이지연(여·52)씨는 ‘서울방문단’에 오빠 래성(68)씨가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고 “언니들과 함께 오빠에게 줄 선물을 사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어머니가 ‘새언니에게 주라’며 유품으로 남긴 금가락지 5돈도 이번에 오빠에게 전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씨는 “17년 전 이산가족 생방송을 하면서 울음을 참느라 힘들었는데, 다음주 오빠를 만나면 참았던 울음을 실컷 터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서구 서대신3동 내원정사에 살고 있는 김일성대학 조주경(69) 교수의 모친 신재순(신재순·88)씨는 낮 동안 내원정사 법당에서 기도하며 아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신씨는 “아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무슨 말을 하겠니껴. 눈물밖에 안 나올 것 같니더. 얼싸안고 실컷 울거니더”라 대답했다.

평소 신씨를 돌봐주는 이 절의 김순임(여·57) 보살은 “지난 6일 할머니가 ‘아들 만날 때 입을란다’며 다림질을 부탁해 비취색 한복을 깨끗하게 다려드렸다”고 말했다.

북한 인민화가 정창모(68)씨의 여동생 남희(53·전주시 효자동)씨는 “지난 20여일 동안 혹시 최종 명단에서 오빠가 빠지는 것이나 아닌지 조마조마했었다”며 “오빠를 만나면 전시회 때마다 사들인 오빠그림 6점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부산=박주영기자 park21@chosun.com

/안석배기자 sbahn@chosun.com

/금원섭기자 caped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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