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
韓美日, 한반도 인근 해상서 이지스 구축함 투입해 요격훈련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일인 20일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최고 수뇌부(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장소에서 발사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은 이날부터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북 미사일 탐지·요격 능력을 갖춘 이지스 구축함들을 투입해 '미사일 경보 훈련'에 돌입했다. 미 국방부가 19일(현지 시각) "북한 ICBM을 격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직후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연초 "ICBM 시험발사 마감 단계"(김정은 신년사), "그럴 일은 없을 것"(트럼프 트위터)이라며 서로 탐색전을 벌인 데 이어 실제 '힘의 대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北 "핵은 핵으로 다스려야"

 

우리 해군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이 SM-2 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해군
우리 해군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이 SM-2 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해군

이날 북한의 ICBM 발사 위협은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구체적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2900여자 분량의 '논평'을 통해 ICBM 발사에 대해 "그 누구의 시빗거리로 될 수 없는 정정당당한 자위적 조치" "미국의 핵전쟁 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한 고리"라며 "미국이 제재 압박을 떠들며 우리의 ICBM 시험발사를 가로막아 보려고 소동을 피우지만 그것은 헛된 짓"이라고 했다. 이어 "핵은 핵으로 다스려야 한다"며 "ICBM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을 만들어 시험해도 미국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각종 기관·단체를 동원해 ICBM 발사를 예고해왔다. 최근엔 평안남도 숙천군에서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이동식 발사 차량(TEL)과 함께 한·미 정보 당국에 포착됐다. 이를 두고 "과거 미 신(新)행정부 출범 때마다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온 북한의 도발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美 "北 ICBM 격추할 것"

미 국방부는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요격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은 19일(현지 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이 미국이나 동맹에 위협이 되면 격추할 것이란 언급이 여전히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미 정부의 입장이고 국방부와 국방장관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애슈턴 카터 장관은 지난 8일 NBC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 ICBM이 우리를 위협한다면, 또 우리 동맹이나 친구 중 하나를 위협한다면 우리는 격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9일 최대 탐지 거리가 4800㎞인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를 모항(母港)인 하와이에서 서태평양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신형 ICBM을 포착한 직후 미국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며 "북 ICBM을 격추하겠다는 미 국방부 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미·일, 미사일 요격 태세 돌입

미 국방부의 '북 ICBM 격추' 입장이 나온 직후 한·미·일은 각국의 이지스 구축함을 1척씩 투입해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가상의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경보 훈련'에 들어갔다. 표면적으론 훈련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훈련에 참가한 이지스 구축함은 한국 해군의 7600t급 세종대왕함, 미 해군의 6800t급 커티스 윌버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7500t급 기리시마함이다. 세종대왕함은 우리 해역에서, 커티스 윌버함은 미 7함대 관할 해역에서, 기리시마함은 일본 해역에서 각각 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에 나섰다. 특히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에는 고도 500㎞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대공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요격 범위(사거리)도 700㎞에 달한다. 훈련 도중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카터 장관의 말대로 격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ICBM을 실제로 발사할 경우 요격 시도 외에도 다양한 군사적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임스 매티스 신임 국방장관은 최근 청문회에서 "북한의 ICBM에 대응하기 위해 '뭔가(something)'를 할 것"이라며 "무력 대응도 선택 목록에서 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1/20170121001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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