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발사체 평남 숙천서 포착…미사일 기지 있는 곳
정부 관계자 "하루이틀 내 쏠 수 있다"
김정은 軍부대 시찰 재개…ICBM 발사에 무게감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하단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최근 이동시킨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ICBM 시험 발사 시기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최근 핑퐁게임을 연상케 할 정도로 ICBM을 둘러싼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잠잠했던 북한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만간 도발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하단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이동시킨 정황이 19일 포착됐다. 2단형으로 구성된 새 발사체는 15m 이내의 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ICBM 추정 물체를 실은 이동형 차량이 평안남도 숙천군 일대에서 포착됐다. 이는 곧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의미"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발사 디데이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남 숙천은 평양에서 북서쪽으로 40여㎞ 떨어진 곳으로 노동미사일 기지가 있는 곳이다. ICBM 발사체를 실은 차량이 숙천에서 포착됐다는 것은 발사대에 세워 바로 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언제든지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 하고 있다. 그 중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이 실시되는 3월 전후로 ICBM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 정치 상황이 몰려 있는 2~4월 중 ICBM을 발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월16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 75주년, 4월11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5주년, 4월15일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5주년 등의 굵직한 행사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ICBM 개발 마감단계를 언급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한층 험해진 미국과의 관계가 북한의 도발 결심을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내정자는 북한을 미국의 적으로 규정하는 등 위협적인 신호를 보냈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대북군사력 옵션에 모든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북한을 자극했다"며 "오바마 정부보다 훨씬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았는데 현재 미국의 태도를 볼 때 트럼프가 말한 '햄버거 대화'의 희망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ICBM을 언제 발사하는 것이 미국 태도를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라는 부분에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잇단 민생행보를 멈추고 본격적인 군사시설 시찰에 나선 것도 ICBM 발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제233 군부대직속 구분대를 시찰하시였다"며 중대의 싸움준비와 훈련실태를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격려 차원의 중대급 부대를 방문이 최근 민생행보의 연장선상에 있고, 이는 기습 ICBM 발사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발사체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이 되지 않고 있지만 이동형 차량에 실린 점으로 미뤄 숙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출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동식 발사대를 갖춘 차량(TEL)에 발사체가 실렸다며 한번도 발사해 본적이 없는 ICBM인 KN-08(사거리 1만2,000㎞) 시험발사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해당 차량은 TEL이 아닌 단순히 운송을 위한 이동형 차량에 실린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KN-08 혹은 이의 개량형인 KN-14 등 ICBM이 아닌 다른 형태의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체 크기가 15m 이내였다는 점으로 볼 때 지난해 4월9일 지상분출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신형 ICBM 엔진을 장착한 개량형 무수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물론 포착된 것이 미사일의 완성체가 아닌 하단부 일부분이었다면 KN-08 혹은 KN-14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KN-08의 크기는 19~20m, KN-14의 크기는 17~18m로 알려져 있다. 3단으로 구성된 KN-08의 경우 탄두와 상단부를 제외한 몸통의 크기가 12~13m에 달한다.

완성체의 크기가 12~13m짜리라면 KN-08 혹은 KN-14가 아닌 오히려 개량형 무수단 쪽에 가까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무수단의 전체크기가 12m 정도인데, 여기에 신형 ICBM 엔진을 장착해 무수단을 통한 ICBM의 대리 시험의 성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아무리 추력이 좋은 엔진이라 하더라도 12~13m의 발사체 크기를 두고 ICBM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연료량이라든가 추진력을 봤을 때 그 정도 크기로는 ICBM 기준 사거리인 5,500㎞를 충족하기 어렵다. 3,500㎞ 정도의 중거리 무수단 개량형이라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4월 공개한 신형 ICBM 엔진을 무수단 미사일에 장착하고, 이를 통해 ICBM의 하단부 대리 시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은 이번 발사 때는 1단 추진체만 불을 붙이고 나머지 2단 추진체는 단순 분리 후 자유낙하를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며 "광명성 4호 발사 때를 생각하면 1단 추진체를 400~500㎞ 정도 보내는 데 성공하면 굳이 2단 추진체를 점화하지 않아도 ICBM급 사거리를 추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위성인 광명성 4호 발사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인공위성 기술을 ICBM으로 손쉽게 전환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시의 발사 궤적을 참고할만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얘기다.

지난해 2월 서해 동창리 발사대를 떠난 광명성 4호의 1단 추진체는 400여 ㎞를 날아가 270여개의 파편으로 쪼개진 끝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또 2단 추진체는 2,380㎞ 떨어진 지점에 낙하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비슷한 패턴만 보여도 이후 관성비행 단계에서 ICBM 기준 사거리인 5,500㎞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다만 국방부와 합참 등은 발사체 포착 정황은 물론 ICBM 관련 동향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합참관계자는 "ICBM 발사 징후와 관련해 현재까지의 특이 동향은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kyustar@newsis.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