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밝힌 김정은 정권의 감시 체제는 놀라울 정도다. 태 전 공사는 그제 국회 정보위 의원들을 만나 북한 고위직에 대한 자택 도청이 일상화돼 있다고 밝혔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집 안에서 말을 잘못해 처형됐다고 했다. 그것도 고사기관총으로 몸이 산산이 부서졌다. 인민무력부장이 이렇다면 일반 주민은 그야말로 노예다. 북한 고위층들은 김정은의 나이가 어려 노예 생활이 수십 년 계속될 것이란 생각에 우울증을 겪는다고도 했다.

태 전 공사는 귀순할 때 자신의 두 아들에게 "노예의 사슬을 끊어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더 많은 북한의 엘리트와 주민들이 김정은 일족이 쳐 놓은 노예의 사슬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엘리트층이 안심하고 넘어올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급변사태가 나도 북한의 엘리트층이 "중국으로 도망가지 않고 한국에 와도 괜찮다는 것"을 알리자고 했다. 달리 말하면 북한의 엘리트들이 한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게 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태 전 공사의 증언을 들으며 바로 내일 북 체제가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비록 지금 우리 국내 정치 상황이 어렵지만 북 체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시한폭탄 같은 현실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태 전 공사는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공개적인 사회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실제 북은 탈북자 이한영씨를 암살했다. 황장엽 전 비서도 암살하려 했다. 그런데도 태 전 공사가 나서려는 것은 북 주민들의 노예 생활을 끝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일 것이다. 그의 용기에 힘을 얻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20/20161220030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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