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합의 北준수여부 인증 유보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20일 북한의 제네바 핵 합의 준수 여부에 대한 인증을 유보한 것은 북한의 과거 핵 활동에 대한 IAEA의 사찰을 당장 수용하라는 상징적인 대북 압박이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준수한다고 인증하는 것을 유보했을 뿐,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깼다고 평가한 것은 아니므로, 중유(重油) 제공 등 제네바 합의에 따른 미국측 의무는 계속 이행할 계획이지만, 북한에 강한 불신을 뜻하는 물음표(?)를 던진 셈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당장 핵사찰을 수용하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오히려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보상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미국과 북한은 제네바 합의 준수 여부를 놓고 마주 달리는 열차에 비유할 수 있는 형국이다. 양국이 제네바 합의라는 ‘철로’에서 탈선한 것은 아직 아니지만, 경수로 완성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을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리 플라이셔(Fleischer)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2005년으로 예정된 경수로 핵심 부품 인도전 북한의 과거 핵 활동에 대한 완전한 규명을 위해서는 3~4년이 걸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제네바 합의를 둘러싸고 양국이 언제 파열음을 낼지, 아니면 극적인 타협을 모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양국은 서로 탐색전을 벌이는 단계다. 일단 올해는 미국이 중유를 계속 공급하기로 했으므로 대회전(大會戰)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유를 중단하거나, 북한이 지금까지 준수해온 핵 동결 약속을 어기는 경우 한반도는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 미국은 이날 1단계 가속 페달을 밟았다.
/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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