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회령은 예로부터 수려한 산천경개와 풍부한 물산, 아름다운 세태풍속 등 여러 면에서 북방의 으뜸 가는 고장으로서 칭송을 받아온 곳이다.

북한의 사회과학자들이 최근 19세기에 편찬된 < 관북6진 19보기 >라는 고서에 실려 전하는 `회령 8경'에 관한 자료를 새로 발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밝혔다.

노동신문 최근호(3.3)는 `새로운 회령 8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 오산의 저녁노을 >을 비롯해 < 운두성의 석양풍경 > < 활터의 꾀꼬리 소리 > 등 예로부터 사람들의 사랑과 칭송을 받아왔다는 `회령 8경'의 진면모를 소개했다.

▲< 오산의 저녁노을 > =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오산의 아름다운 모습은 `회령 8경'에서 첫손으로 꼽힌다.

옛 문헌 기록에 의하면 오산은 두만강과 회령천의 합수구에 솟은 봉우리로서 그 모양이 금방 강물에서 나와 머리를 처든 자라와 같이 생겼는데 붉은 저녁 노을빛에 휘감길 때면 마치 금빛자라가 눈 부신 자태를 드러내는 것처럼 황홀했다고 한다.

▲< 운두성의 석양풍경 > = 회령서북단의 운두봉마루에 위치한 운두성은 회령에서도 유명한 역사유적의 하나이다.

황혼이 깃들무렵 운두성쪽을 바라보느라면 불덩이 같은 해가 성위에 걸려있고 그 낙조가 엷은 구름사이로 부챗살처럼 퍼져 운두봉일대의 산악들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 참으로 장쾌한 감흥을 자아냈다.

▲< 활터의 꾀꼬리 소리 > = 회령은 북쪽 관문으로서 이 고장사람들은 예로부터 사냥을 즐기며 무술을 익히는 것을 장려해 왔다. 특히 봄철이 되면 회령읍성의 향사당, 훈련청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활쏘기 시합을 벌여 놓고 나라 방비에 쓸 인재들을 선발해 무관직에 등용했다. 이때 활터에서 우짖는 꾀꼬리 소리가 궁수들의 흥을 한껏 돋우어 주었다고 한다.

▲< 안개낀 강가에서의 고기구경 > =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되어 회령땅을 감돌아 흐르는 두만강가의 아침안개는 원래 경치였다. 이른 아침 실안개가 서려있는 두망강가를 거닐며 강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고기떼를 구경하는 것은 특유한 정취를 맛보게 했다.

▲< 흥성이는 두나라 간의 변경시장 > = 조선시대 회령은 전국적으로 이름난 변경교역지의 하나로 여기에서는 해마다 음력설을 전후해 약 20일동안 이웃나라와의 장터가 크게 열리곤 했다.

대한이 지나 강물의 얼음이 두꺼워지면 무수한 짐꾼행렬이 밤낮으로 길을 꽉메우며 회령읍성 서남쪽 장터로 밀려 들었다. 우리쪽에서는 유명한 회령오지와 가는베, 달비 등 생활용품들이, 강건너에서는 말, 소, 털가죽, 약재 등이 산더미처럼 운반되어 쌓이고 사람들이 붐비는 광경이 대단히 볼만 했다.

▲< 이삭 패는 전야 > = 회령에는 회령천을 끼고 기름진 옥답들이 많은데 여기에서는 보리, 기장, 삼과 같은 작물들이 잘 되었다. 해마다 이삭 패는 계절이 오면 사방 넓은 들은 풍요한 작황이 펼쳐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이채로운 풍치를 이루었다.

▲< 달밤의 빨래터 정경 > = 달 밝은 밤이면 회령천가에 여인들이 함지를 이고 나와빨래를 하는 모습이 펼쳐지곤 했다. 달빛어린 맑은 물에 빨래를 헹구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여인들의 모습과 가락 맞춰 울리는 빨래방망이 소리는 보고 들을수록 달밤의 유정한 정서를 더욱 짙게 해주었다.

▲< 해질녘 물긷기 > = 낮에는 남자들과 함께 농사일에 힘을 쓰고 저녁이면 밭에서 먼저 들어와 시냇가에서 물을 길어 가지고 집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소박하고 근면한 회령사람들의 생활세태를 엿보게 하는 색다른 정서를 자아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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