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통일은 국기존립 미래 번영 위한 가장 기초적인 분야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핵심적인 내용은 다르지 않아야만
여론 결집되고 소모적인 갈등 줄어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여기저기서 대선 후보 정책자문단이 만들어지고 있다. 규모가 커서 아예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싱크탱크로 시작하기도 하고, 현안에 따라 만나고 흩어지는 단출한 체제로 운영하기도 한다. 흔히 캠프라고 불리는 이곳에서는 특정 후보를 위한 미래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린다. 후보는 그 정책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건다.

선거는 그저 형식이었던 박정희·전두환 후보에게는 정책 공약이 필요 없었지만, 그 이후에는 사정이 달랐다. '체육관 선거' 시절이 끝나고, 국민 주권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표를 얻어야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표는 공약에서 나왔던 것이다. 물론 이름 석 자만으로 무조건 표를 받는 정치인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전면에 내세울 공약은 필요했다. '3김 시대'가 지나고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근소한 격차로 당선되는 시대가 되면서 공약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대선에 출마할지는 캠프를 만드는지 여부와 동의어가 되었다.

그만큼 캠프는 중요해졌다.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현재의 우리는 물론 후대(後代)의 의식과 생활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칠 '대한민국 5년 운영 매뉴얼'이 그곳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앞에서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만나 지도하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공개한 사진이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앞에서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만나 지도하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3월 공개한 사진이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그래서 제안한다. 외교·안보·통일 분야는 하나의 공동 캠프를 만들 것을. 외교·안보·통일은 국가 존립과 미래 번영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분야다. 그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핵심적인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여론이 결집되고 소모적인 갈등이 줄어든다.
 이미 오래전부터 말로는 그래 왔다. 외교에는 초당적 협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실천은 부족했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부든 국민적 공감대를 이야기했고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서 대북정책을 하겠다고 했다. 표현만으로는 어느 정부의 설명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역대 모든 정부가 동일한 다짐을 했다. 예컨대 '국민적 합의에 의한 추진'(김대중), '국민적 합의를 강화'(노무현), '국민적 합의에 기반'(이명박), '국민적 공감대 강화'(박근혜). 그러나 공감대의 확대는커녕 남남 갈등만 증폭되었을 뿐이다.

각 당의 입장에도 차이가 없다. 어느 당의 강령은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실현"하며,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남북 관계를 지향"한다고 천명한다. 다른 당은 "호혜적 상호 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하며, "남북한의 평화 유지와 공동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선언한다. 전자는 더불어민주당이고 후자는 새누리당이지만,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이제는 한번 실천해 보자. 후보 시절에서부터 합의하고, 나중에 책임도 공유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핵 위협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언제 우리 머리 위에서 핵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클린턴의 미국이든 트럼프의 미국이든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은 아닐 것이고, 정치 관계와 경제 관계를 완전히 붙일 수도 뗄 수도 없는 대중국 외교도 처음 가보는 생소한 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의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가 절실해진 것이다.

그러니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만은 하나의 캠프를 만들자. 각 후보를 대표하는 전문가들로 공동 캠프를 구성하고,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근간을 만들어내자. 세부적인 사 안에 대해서는 후보의 이념과 성향에 맡겨 두지만, 적어도 원칙과 기조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자는 뜻이다.

그게 되겠느냐고? 황당한 제안이라고? 그렇다면,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적 공감대니 합의니 하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말 일이다. 후보 시절에서조차 안 했으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 하겠다면, 단언컨대 그건 사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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