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相 禹
/서강대 교수·정치학

지난 1월 9일 미국 국방성이 작성하여 의회에 제출한 ‘核태세검토보고서(NPR:Nuclear Posture Review)’에서 미국은 혁명적인 새 전략구상을 밝히고 있다. 미·소(美蘇) 냉전은 1989년 소련의 붕괴로 끝났다. 뒤이은 미국 주도의 단일 세계 민주질서 구축 노력은 9·11사태로 12년 만에 끝났다.

미국 지배의 단극체제는 12년 만에 끝난 셈이다. 미국이 ‘불량국가’라 부르는 국가들로부터 치명적인 도전을 받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새 도전에 대응하는 새 전략을 세우고 있다. NPR가 그 첫 그림이다.

냉전시대에는 미국은 소련에 의한 명백한 핵전쟁 위협에 대응하는 핵억지전력유지를 군사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대륙간탄도탄, 잠수함발사탄도탄, 장거리폭격기 등의 3가지 투발수단을 기초로 하는 강력한 핵보복 능력을 유지하는 ‘특정위협 대응전략(threat-based approach)’이 그 핵심이었다.

그러나 새 시대에는 확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불법적’ 위협에 대응해야 하므로 ‘위협기초’가 아닌 ‘능력기초접근(capability-based approach)’으로 전략 방향을 바꾸고 있다. 12개의 핵무기 개발국, 28개의 미사일 보유국, 13개의 생물학무기 보유국, 그리고 16개의 화학무기 보유국이 모두 잠정적 예상 공격국이 되기 때문에 모든 가능한 공격 형태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갖추는 데 중점을 두는 ‘능력기초전략’을 세우고 있다.

과거 전략과의 주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상호확증파괴(MAD)에 의한 핵억지 전략은 버린다. 미사일방어제한조약(ABM)도,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도 벗어 던질 생각이다. 핵탄두는 일방적으로 감축한다. 현재의 7000개를 2012년까지 1700개 내지 2200개로 감축한다. 필요없기 때문이다.

둘째로 억지가 아니라 불량국가의 위험한 무기를 사전에 없애는 데 주력한다. 설득이 안되면 상대가 도전하지 않더라도 직접 파괴한다. 셋째로 대응수단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핵선제 사용 자제라는 과거의 정책도 버린다. 핵 및 비핵공격 능력, 신뢰할 만한 방어체계, 그리고 유연한 대응체제를 새로운 ‘3중점능력(triad)’으로 개발한다.

한마디로 새 전략은 위협의 뿌리를 사전에 뽑기 위해 기존의 협약에 매이지 않고 도발여부와 관계없이 행동하겠다는 선언으로 보면 된다.

북한은 미국이 지목하는 7개 ‘불량국가’의 하나이다.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생화학무기를 버리기 전에는 언제라도 미국의 ‘무기제거대상’으로 남는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변화는 한국에는 ‘혁명적 전략환경 변화’가 된다. 당연히 한국군도 새 전략을 짜야 한다.

검토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리도 미국처럼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의 사전 제거에 전략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 아니면 종전대로 전쟁억지 및 방어에 전략목표를 묶어 두어야 하는가 이다. 만일 미국과 달리 종전의 억지 전략 고수로 결단을 내리면 그 때는 한·미동맹관계를 재조정해야 한다. 포괄적 동맹에서 선택적 협력의 ‘합동군’ 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북한의 무기는 1차적으로 우리를 목표로 하는 만큼 우리 군도 북한의 전쟁의지를 억지(deter)하고 북한이 WMD를 포기하도록 압박(dissuade)하고, 불응할 때 직접 파괴(defeat)할 수 있는 전략과 전력을 갖추는 3D정책을 생각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차기 전투기사업도 이를 반영하여야 한다. 군이 이렇게 확실한 전략을 세워야 정치인들이 안심하고 유연한 대북정책을 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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