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Bush)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중유(重油) 지원 예산집행에 앞서 의회가 요구한, 북한의 제네바 합의 이행 여부 등에 대한 인증(certify)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인증을 유보(waiver)해도, 2002년 대북 중유공급 예산 9050만달러는 예정대로 집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신 경수로를 지어주되 경수로가 가동될 때까지 매년 50만t의 중유를 지원키로 했는데, 미 의회는 중유 지원을 위한 조건으로 대통령이 매년 의회에 대해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고 있는지 등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인증 또는 유보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해왔다.

의회는 올해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의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이행 여부 제네바 합의 준수 여부 북한의 미사일 위협 제거에 진전이 있었는지 여부 등 3개 사항에 대한 인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3가지 사항이 모두 인증하기 어렵다고 판단, 예년과 달리 ‘인증 불가’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은 하되, 현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주 안에 인증여부를 최종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며, 이 결정이 내려지는 날로부터 15일 후에 예산집행이 가능하다.

AP통신도 이날, 부시 대통령이 종전의 대북정책과는 달리 북한이 핵무기 제조물질을 은닉하지 않고 있음을 인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AP는, 이 결정이 미·북간의 핵 협력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북한과 불편한 관계임을 드러내는 명백한 신호라고,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 워싱턴=姜仁仙특파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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