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자유경제원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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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5차 핵실험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료하다. 핵 공격이 말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부도덕한 정권이 휘두르는 핵무기 앞에 강제 소환됐다. 이런 기막힌 상황에도 현실 인식이 비틀린 사람들은 가장 소극적인 방어책인 사드 배치마저 반대하고 있다. 국론은 분열되고 국가 안보라는 국가 최고의 덕목도 시시껄렁한 토론 의제의 하나로 치부되고 있다. 분명 지금 우리의 상황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한반도는 체제 전쟁을 하는 유일한 곳이다. 상대의 전력 상승은 곧 우리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고 소형화한 핵을 미사일에 탑재하면 그만인 상황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는 이렇다 할 핵 전략을 내놓은 적이 없다. 그뿐인가.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을 도와주는 우를 범했다.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햇볕정책'으로 지금까지 약 8조8000억원이 지원됐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집중적으로 햇볕을 쫴 주었으나 돌아온 것은 핵 개발뿐이었다. 햇볕정책을 반대했던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도 핵실험 앞에선 전략 없는 엄포성 정책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경제학의 게임 이론은 핵 위협에 대처하는 전략 모색에도 유용한 지침을 제시한다. 게임 이론에 따르면 상대방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는 '동등한 보복 전략(tit for tat)'이 상대의 야욕을 억누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핵에는 핵'이 최고의 전략이란 것이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 위협 수준을 높여오는 동안 우리는 '한없이 베풀면 북한이 감동한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핵실험 이후에는 엄포의 강도만 높여왔다. 우리는 북한 핵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등한 보복 전략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이 전략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우리 스스로를 이토록 북한의 핵무장 앞에 수수방관하게 하였을까.
 

2016년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알려진 가운데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TV를 통해 나오는 북핵관련 뉴스를 관심을 갖고 보거나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다. /이진한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016년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알려진 가운데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TV를 통해 나오는 북핵관련 뉴스를 관심을 갖고 보거나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다. /이진한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북한을 보는 우리 국민의 시각은 '민족'이다. 체제 전쟁을 하고 있는 상대라는 인식보다 같은 '민족'이라는 틀에서 보기 때문에 북한 체제에 대한 냉정함과 단호함을 잃어버렸다. '같은 민족인데 설마 우리를 공격하겠나'라는 생각은 '북한의 핵은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요설을 만들어냈다. 심지어 '북한의 핵 보유는 결국 우리 민족이 핵을 소유하는 것'이라는 한심한 소리를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족'이라는 강력한 마력 앞에 대한민국은 스스로 무장해제의 길을 걷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국가 비상사태이다.

'민족'이 우리 국민 인식에 똬리를 틀면 '평화통일'이란 용어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체제 경쟁이 평화통일로 끝난 사례는 없다. 가까운 역사만 봐도 베트남은 혹독한 전쟁을 치른 끝에 자유 진영이 공산 체제로 흡수됐다. 독일은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이 있었기에 동독을 자유 체제로 흡수할 수 있었다. 이런 엄연한 진실을 보고도 우리는 자유 체제 대한민국과 공산 체제 북한이 평화롭게 통일될 수 있으리란 환상을 갖는다. 자유 체제에 대한 확신 없이 평화통일만 외치면 이는 공산 체제로의 흡수를 의미한다. 실제로 북한과 종북 세력이 습관처럼 들먹이는 말 역시 '평화통일'이다. 그들의 머리에 있는 평화통일의 진실은 핵무기를 앞세워 대한민국을 공산 체제로 평화롭게 흡수하는 것이다. 국민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치권의 인식이다. 국회의원 선서문에도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있다. 이 또한 잘못된 것이다. 시작부터 막연한 '평화통일'을 앵무새처럼 선서하다 보니 국민에게 '전쟁이냐, 평화냐' 양자택일을 강요하거나 '전쟁보다 평화가 낫다'며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인이 넘쳐난다. 이 모두가 '왜 통일을 해야 하고, 어떤 통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 결여의 산물이다. 다시 말해 자유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결여됐다는 방증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국민이 가지는 '생각의 틀'이다. 북한 핵 앞에서도 '민족' '평화통일'과 같은 허상만 활개 치면 핵이 터지기 전에 대한민국은 이미 체제 전쟁에서 지고 만다. 북한은 오직 한 사람만 생각하고 나머지는 이에 복종, 동원되는 체제다. 따라서 북한과의 민간 교류 역시 김정은과 교류하자는 것이며 세습 독재 왕조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은 5000만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민주국가다. 우리 국민이 가지는 '생각의 틀'이 중요한 이유다. 이제 북한 독재 체제에 대한 단호함과 대한민국 이념에 대한 확신이 국민 사이에 공감되어야 한다. 북한 핵을 억제하는 동등한 보복 전략이 나오려면 '민족'보다 '자유'에 대한 신념이 국민 사이에 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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