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취재진이 지난 16일 중국 지린성 훈춘(琿春)에서 북한 나진으로 들어가는 세관을 직접 확인한 결과 이날 하루 국경을 오간 화물 차량이 1000대를 넘었다. 북의 4차 핵실험 두 달여 뒤인 지난 3월 유엔의 대북 제재 2270호가 발효된 이후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어느새 예년 수준을 회복하더니 이번 5차 핵실험 이후에도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북·중 교역의 70% 정도를 소화하는 신의주·단둥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 언론들은 5차 핵실험 후에도 통관을 기다리는 트럭으로 가득 찬 단둥 세관 주변과 수십 척의 어선·상선이 오가는 압록강 일대 상황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현지 무역업자들은 밀무역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북·중 교역량은 제재안 발효 직후인 4월과 5월 9.1%, 8.2% 줄었으나 6월 들어 9.4% 증가로 돌아섰다. 이쯤 되면 북·중 국경이 대북 제재의 무풍지대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북 제재 2270호는 북과의 광물 수출입을 금지하면서도 '민생 목적'은 제외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북·중 교역에 나서는 북한 업자들 상당수가 북 군부나 정부가 만든 위장 기업들 소속이다. 그것이 '민생'이란 간판만 달고 있는 것이다. 이것만 제대로 단속해도 북의 핵개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대북 제재로 북 정권이 궁지에 몰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때문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북 제재안이 나온 직후인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면적이고 완전한 이행"을 약속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다. 지금 북·중 국경 상황을 보면 중국은 유엔 결의에서 북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고 자신들은 유엔 결의를 지키고 있다고 딴청을 부리는 것이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북의 5차 핵실험 직후 유엔의 추가 제재에는 찬성하지만 개별 제재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다 같은 말이다. 앞으로 유엔이 더 강력한 제재안을 만들어낸다 해도 중국이 또 구멍을 만들어 흐지부지시키면 소용이 없다.

북은 5차 핵실험으로 금지선을 완전히 넘어섰다. 한·미에 대한 위협도 현실이 됐다. 국제사회의 인내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마이크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해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선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논의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대응이 없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김정은과 그를 지원하는 중국이 자초한 일이다. 북핵이 가상에서 현실이 된 것처럼 이에 대한 각종 대응도 가상에서 현실로 바뀌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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