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32세의 젊은 독재자 김정은의 핵·미사일 야망과 광기가 한반도를 전쟁 전야로 몰아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오늘의 한반도 초긴장 사태는 북한 역대 정권이 70년 추구해 온 한반도 무력통일 야욕의 결과이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의 1라운드 승부가 이미 끝났음에도, 북한의 군비 증강으로 또다시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2라운드 핵·미사일 대결로 남북이 들어서고 있으니 우리 민족의 운명이 너무 가혹하다.

8월 24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김정은은 '핵보유국 전열'에 들어섰음을 선언하고, "핵무기 사업 총력 집중"과 "사변적 행동 조치"를 지시했다. 3000t급 이상의 핵잠수함 건조가 이미 시작됐고, 조만간 소형화를 위한 '핵탄두 폭발' 시험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광포한 북한의 핵 협박에 정부가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우선 사드(THAAD) 배치 장소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SLBM 대응 차원에서 360도 전(全)방위 요격 능력을 가진 SM-3 미사일의 이지스함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 현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강조해야 한다.
 

8월28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 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8월28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9차 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핵 추진 잠수함의 도입이나 건조도 본격 검토할 단계에 왔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20%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고,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엔진 동력으로 핵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명시적 NPT(핵확산금지조약) 위반은 아니다. 또 미국이 반대할 것으로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우리의 의지와 기술 여건이다. 무엇보다 안보 인식과 첨단 기술 면에서 동맹국 미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김정은의 도발적 행동을 단순한 '무력시위'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그가 실제로 전쟁을 염두에 두고 '통일 대전' 준비 차원에서 핵·미사일 공격력 향상에 전력투구해 온 증거는 수없이 많다. 김정은이 핵을 손에 쥐고 노리는 두 가지는 한·미 이간(離間)과 남남 분열이다. 미 본토 핵 타격을 공언함으로써 미국민들에게 '서울 방어를 위해 시애틀을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회의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남한에 대해선 핵 공갈로 전의를 상실케 하여 '평화 구걸'과 '대화·협상' 쪽으로 유인하려 한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부에선 과도한 군 해외 주둔에 따른 힘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지역 동맹국을 지원해 적대 국가를 견제하려는 '역외균형(offshore-balancing)'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중국 포위 안보 네트워크 참여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우리의 고질병은 낡은 1980년대 프레임에 얽매여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대북 관점이다. 아직도 북한의 선동과 일맥상통한 NL 계열의 '민족자주·반미' 인식이 잔존하고, 미·중 사이에서 어중간한 조정 역할을 해보려는 '중립 외교'에의 환상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 일부 정치인과 단체의 결사적 '사드 반대' 움직임 이면에 젊은 시절 잘못 뿌리내린 '반미(反美)' 신념 체계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본다. 국회의 수장(首長)까지 가세한 반(反) 사드 입장 표명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국론 분열의 치부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정은이 미사일 성과를 자축하는 이 순간에도 북 체제의 토대가 밑으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각 부총리의 사소한 부주의를 불경죄로 몰아 총살하는 김정은식 공포정치는 결국 권력 엘리트층의 대규모 이반을 불러와 체제 내파(內破)의 길을 재촉할 것이다. 최근 고위급 외교관들의 연쇄 탈북은 붕괴를 향한 서곡인지 모른다. 대를 이은 충성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도덕적으로나 실효적으로 북한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우리는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대소(對蘇) 전략을 교훈 삼아, 북한이 촉발한 한반도 핵 군비경쟁에 적극 대처하면서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대북 전략의 주요 과제로 삼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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