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한마디도 안꺼낸 中… '항저우 G20' 앞두고 전술적 후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6일(현지 시각) 북한이 지난 7~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4건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강도 높게 규탄하는 언론 성명을 채택했다. 이달 초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를 유엔 성명에 명시하자고 요구해 성명 채택을 무산시켰던 중국은 이번엔 같은 요구를 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는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적 책무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며 "안보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안보리는 특히 지난 4~6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안보리의 거듭된 성명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해 나가면서 앞서 결의에 표현된 대로 더 중대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중대한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 성명은 안보리 결정 중 결의, 의장 성명에 이은 가장 낮은 단계이지만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 전체가 동의해야 한다.

이에 대해 북한은 28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안보리를 도용해 벌려놓은 공보문 채택 놀음은 우리의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라며 "우리는 모든 사변적 행동 조치들을 다계단으로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5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지난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노동신문[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이번 안보리 대북 성명은 중국이 반대하지 않아 성사됐다. 지난 6월까지 북한의 유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있을 때마다 안보리는 며칠 안에 대북 규탄 성명을 채택해 왔지만, 지난 7월부터는 중국·러시아 등이 유보적 태도를 보여 성명 채택이 되지 못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중국이 대북 규탄 성명 문안에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명시하자고 요구했고, 이를 미국 등 다른 상임 이사국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성명 채택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강하게 반대하는 중국이 이번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지만, 미국이 마련한 성명 초안에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중국이 9월 4~5일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염두에 둔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의장을 맡는 G20 성공을 하반기 가장 중요한 외교 과제로 삼고 있다"며 중국이 안보리 성명에 참가한 것도 "G20 성공을 위해서"라고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G20 주최국으로서 북핵 문제에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을 부담으로 여길 것"이라며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는 상황을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 당국자는 "G20을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큰 한·중 정상회담이 사드 갈등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시 주석이 '사드 반대'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면 사드 문제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이 다음번에도 사드 문제를 유엔 외교 무대에서 제기하지 않 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유엔 외교가의 반응이다. 유엔 소식통은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이 워낙 강해 '사드 역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논리를 중국은 한동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외교 당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9월 초 중국·러시아 순방이 사드·북핵 외교의 분수령이라고 보고 한·중, 한·미, 한·러 정상회담 등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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