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단 탈북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 전통적인 재야.통일 단체들이 별다른 성명이나 논평을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 경실련 통일협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재야.통일 단체들은 20일 현재까지 탈북자 25명의 주중 스페인 대사관 진입사건 등과 관련,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민화협 김창수 정책실장은 '현 시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남북 간 화해와 협력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북한인권 문제의 진정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라며 '남북 사이의 교류가 활성화된 뒤 그 때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인권 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 통일협회 차승렬 부장은 '이번에 특별히 침묵하는게 아니라 이전에도 그랬다'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제기가 결국 반북 논리로 귀결된 적이 많았고 극우보수세력에 악용될 소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국연합 정대연 부대변인은 '탈북자 관련 발표를 국가정보원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망명 동기가 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섣불리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미국 등이 북의 인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인권을 거론하는 것은 정치공세'라며 '우리가 이에 맞장구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경우 지난 18일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재야.시민.사회단체의 이같은 침묵을 깨고 아예 '국정원 배후설' 등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통일 단체 관계자는 '이전에 몸담고 있던 단체에서 탈북자 관련 기구를 조직하려고 했다가 강한 내부 반발에 부딪혀 포기한 적이 있다'며 '탈북자 문제는 통일운동의 진전 과정에서 최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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