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논설위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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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경북 성주군 내 다른 부지 검토로 성주 군민을 겨우 설득하자 이번에는 대체 후보지 인근의 김천시가 아우성이다. 반대 투쟁에 앞장선 주민 대표는 "사드 레이더로부터 5.5㎞ 이내에선 벌도 못 자란다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사드가 아예 한반도에 들어와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단체도 활동 중이다.

사드의 주된 요격 목표는 우리 후방의 한·미 군사시설로 날아들 북한 핵미사일이 될 것이다. 최대 150㎞의 고도에서 핵미사일을 요격해 지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 체계가 사드다. 민가에 미칠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우리가 끼고 사는 휴대폰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한다. 하지만 전자파 괴담 앞에서 안보와 합리성은 설 자리가 없다.

많은 국민이 8개월 전의 일을 잊고 있다. 사드 도입을 촉발한 것은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이었다. 핵탄두 소형화·경량화에 부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 실험이었다. 일주일 뒤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와 국익에 따라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4차 핵실험 전까지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중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까지도 청와대가 사드 협의 개시로 기운 단계는 아니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북 제재에 중국 협조가 필요해 쉽게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중국 역할이 기대에 못 미치자 청와대 기류는 달라졌다.

그 와중에 북한은 2월 7일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그날 오후 정부는 미국과 사드 협의를 시작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며칠 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이란 또 다른 초강경 카드를 꺼냈다. 여러 경로로 "개성공단은 놔두면서 우리에게 북한과의 교역을 끊으라고 하느냐"는 태도를 보였던 중국도 의식한 조치였다. 이후 중국이 동의한 가운데 '역대 최강'이란 평가를 받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됐다. 지난달 사드 배치 발표도 북한이 노동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이는 고각(高角) 발사에 성공한 것이 촉매제가 됐다. 한반도 남쪽이 노동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어간 것이다.

사드가 대구·경북 지역으로 간 것에는 군사적 고려 외에도 중국에서 멀다는 '지정학적' 요소도 고려됐을 것이다. 사드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청와대 내에서는 대구·경북이 유력 후보 지역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반발이 이 정도로 심할 줄은 예상치 못했고 이제 코너에 몰려 최적지 대신 다른 후보지를 찾기 시작했다.

사드에 결사반대하는 주민들만 탓할 문제는 아니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 후보들은 사드 반대론자 일색이고 국민의당은 일찌감치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더 황당한 것은 보수 정당이라는 새 누리당 의원들의 '배신'이다. 사실상 반대 성명을 발표한 대구·경북 의원 21명 외에도, 자기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되면 "내 지역만은 안 된다"고 부르짖던 의원이 수두룩했다.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서툰 정부, 시류(時流)에 영합하는 정치인들, 지역 이기주의와 느슨한 안보 의식, 괴담을 맹신하는 군중심리 등 그야말로 최악의 조합이 사드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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