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북한)은 망했다." "중국에 살았으면 좋겠다."

22일 본지가 입수한 최근 탈북 청소년들의 정보당국 진술서에 따르면 북·중 접경 지역에 사는 북한 청소년들은 요즘 이런 말들을 공공연히 주고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릴 때부터 한·중의 드라마와 영화를 접한 북한 청소년들은 "중국·남조선 여자들은 다 예쁜데, 우리나라(북한) 여자들은 하나같이 못생겼다"는 말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체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젊은 층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이는 당 간부나 '돈주' 등 상류층 학생들일수록 더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부모를 따라 해외 생활을 맛본 청소년들이 귀국을 거부하는 바람에 부모들이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가 "조국이 얼마나 가난한지 다 안다. 조국엔 미래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면 부모가 "밖에서 더 살고 싶으면 외무성 같은 데서 일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로 설득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북한 무역 일꾼과 알고 지냈다는 외국인 사업가 A씨는 "해외 생활을 오래한 북한 청소년들은 귀국 후 적응하지 못해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하면 처벌을 받기도 한다"며 "부모들이 귀국 전에 (자녀 적응을 위해) 준비할 게 많다고 들었다"고 했다. 부모들은 귀국한 자녀의 입단속 외에 명문대 진학을 위한 뇌물을 준비하는 현상도 다반사라고 한다. 김일성대는 1만달러, 평양외국어대는 4000달러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근 입국한 엘리트 탈북자들은 관계 당국 조사에서 "자녀를 미래 없는 북에서 살게 할 수 없어 탈북을 결심했다"고 진술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귀순한 태영호 주영 북한 공사도 현지 고교에서 수재였던 차남 등 자녀의 미래를 걱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이런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외부 영상물 단속과 사상 재무장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북 소식통은 "북한 체제 전반에 대한 청소년들의 자조와 불만은 인위적으로 억누를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고 했다. 실제 지난 2월 함북 청진시의 영상물 단속반인 '109상무'는 불시 검열로 청소년 10여 명을 '소년 교양소'에 보냈고 부모들에게도 추방령을 내렸지만, 청소년 사이에선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못 보면 '머저리'로 놀림을 받는 상황이라고 한다.

북한 당국의 고민은 최근 본지가 입수한 '국경 및 분계연선(휴전선) 지대 청소년 교양 자료'〈사진〉에도 나타난다. 이 자료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직속 금성청년출판사가 북·중 국경과 휴전선 지역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제작한 교육 자료로 현재 제4권까지 발행됐다. 이 자료는 '적들이 내부에 들이미는 CD, USB, 라디오' '이색적인 옷차림과 머리단장' 등을 비(非)사회주의적 행위로 규정하며 청소년들에게 "적들이 불순 녹화물과 출판물을 우리 내부에 들이밀지 못하도록 모기장을 2중 3중으로 든든히 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오는 26일 평양에서 23년 만에 '청년동맹 9차 대회'를 소집한 상태다. 김정일 시대에 한 번도 열리지 않은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그만큼 청년층의 체제 이반 현상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초부터 지역 대표를 선발했으며 현재 5만여 명을 동원한 횃불 행진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북한 청년층은 올 초부터 당대회 준비, 70일·200일 전투로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청년동맹 대회까지 준비하느라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