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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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결의안 2270호가 실시된 지 곧 반년이 된다.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3월 2일 채택되었다.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자 유엔 차원의 제재 조치로 나왔던 것이 결의안 1718호이다. 핵개발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핵실험을 계속했고, 그때마다 유엔은 1874호(2009년), 2094호(2013년)라고 이름 붙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연히 매번 제재 조항은 강화되었다. 그래서 2270호는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정부는 2월 10일 개성공단 중단까지 선언함으로써 경제 제재의 강도를 최고도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경제 제재는 단지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상대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줌으로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경제 제재란 무역이나 금융거래의 중단 혹은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통해 대상 국가의 정책을 변화시키려는 외교 행위로 정의된다. 따라서 제재의 효과는 목적의 달성 여부로 평가된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결의안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여전히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트럭 숫자가 다소 줄어든들, 장마당 쌀값이 좀 오른들 그것으로 효과를 논할 수는 없다.
/조선일보 DB[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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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애초부터 경제 제재로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기대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다.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에는 이골이 난 나라다. 극심한 '고난의 행군'에서도 살아남았다. 미국의 경제 제재가 1950년부터 시작되었으니 북한 경제의 역사는 제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북한이 결의안 2270호가 아무리 강력한들 굴복할 리 만무하다.
실제 내용을 보면 2270호는 과거 결의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할 뿐 절대적으로는 그다지 강력한 것도 아니다. 예컨대 북한의 최대 수출품인 지하자원의 대외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민생 목적으로 포장하면 허용이 된다. 2대 수출품으로서 작년에 8억달러 넘게 수출한 섬유 제품은 아예 제재 대상에서 빠져 있다.
국제사회의 참여도 미온적이다. 2270호는 유엔 회원국들로 하여금 90일 이내에 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93개 회원국 중 규정대로 보고서를 제출한 나라는 19개국에 불과했다. 제출 기한이 두 달 이상 지난 현재까지도 50여개 국가만이 제출했다. 더욱이 북한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은 너무도 소극적이다. 분량은 표지를 제외하면 3쪽 반에 지나지 않고, 내용은 이행 의지를 정리한 것 외에는 별다른 게 없다. 결론 부분에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생뚱맞은 문장도 집어넣었다. 러시아의 이행보고서는 달랑 한 장일 뿐이다.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중국 단둥의 압록강대교 모습.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중국 단둥의 압록강대교 모습.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그런데도 '제재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하는 우리 정부는 아직은 제제에 집중할 때이며 현재로서는 제재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실효적인 수단이라는 입장을 버리지 않는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제재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북한의 대처 능력은 올라가고 제재의 강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중국의 북한 감싸기도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본질적으로, 제재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세계사는 제재의 역사일 뿐 지루한 협상과 비참한 전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유엔 대사를 지낸 한 영국 외교관은 "제재를 채택하는 이유는 효과가 있어서가 {C}아니라 말로만 압력을 넣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력을 사용할 수도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2270호조차 대화를 통한 평화적·외교적·정치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결의안을 끝맺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재를 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병행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설령 그 말을 꺼내기가 너무나 어렵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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