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9일 한.일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한 반면, 북한측의 자국인 납치 혐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강경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일부 피랍 피해자 가족을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혐의가 북.일 수교 협상 재개에 최대 걸림돌이 돼왔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측과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 사건을 결코 무시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측에 지속적으로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 일은 단순히 피랍자 가족과 관련된 문제 만은 아니며 국가로서의 전체 일본과 관련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83년 런던에 유학중이던 교환학생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 당시 23세)양을 비롯, 지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모두 11명의 일본인이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이즈미 내각은 이들 피랍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경시청은 물론 외무성, 법무성 대표들로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관방 부장관은 '납치 문제는 그것이 우리 국민의 생명 및 신체적 자유와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심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앞서 18일 일본 외무 관리들이 지난 주말 베이징에서 북한측과 접촉, 게이코 양 사건을 비롯한 피랍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피랍 사건 연루 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실종 일본인' 수색 작업을 제안해왔지만, 수색작업은 일본 경찰이 지난해 12월 친북 조총련 단체원들에 대한 단속을 단행하자 중단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21일 취임후 두번째 한국 방문을 앞두고 19일 한국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일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은 교섭하거나 여러가지 문제를 대화하는데 어려움이 느껴지는 상대'라고 지적, 앞으로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의 인양문제 및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에 강경대응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고이즈미 총리는 물론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닫아놓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불신감을 표출함으로써 한.미.일간 긴밀한 의견조율의 필요성을 재삼 시사했다./도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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