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기념하는 7·27정전협정일… '정치적 축포'로 활용할 수 있어
26일부터 ARF 외교장관회담, 회의장서 '核대국' 선언할 수도
 

북한이 5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자재와 차량 등의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한 이후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언급과 후속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심상치 않은 움직임도 관찰이 되고 있다"며 "언제든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 직후 남북 군사회담 제의 등 한동안 대남 평화 공세를 펼쳤다. 김정은 측근인 리수용 당중앙위 부위원장을 중국에 파견하는 등 전통적 우방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풀지 않고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부터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다시 도발에 나서는 모양새다. 핵실험 카드를 만지는 것도 무수단 미사일 고각(高角) 발사(6월 22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7월 9일)→스커드·노동미사일 3발 연속 발사(〃19일)의 연장선상이란 분석이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도발 날짜를 고른다면 정치적 의미가 큰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무렵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이른바 '조국해방전쟁(6·25) 승리 기념일'로 부르는 7·27을 크게 기념해왔다. 김일성·김정일 생일이나 당 창건일 때처럼 7·27을 맞아 '정치적 축포'로 핵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7·27을 전후해 '수소폭탄 실험'을 주장하며 '미제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고 대내외에 선전할 수 있다"고 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사드 배치 등으로 미·중 간 틈새가 벌어진 것도 북한이 도발할 '정치외교적 공간'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처럼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줄어든 상황이라면 북한의 추가 핵실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7·27 하루 전인 26일에는 라오스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그에 따른 대북 제재가 본격화한 이후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의 외교 수장이 처음으로 모두 모이는 자리다.
 외교 당국은 북한이 ARF 기간에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은 7차 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 관철' '동방의 핵 대국'을 선언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강조하고 있다"며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한 뒤 ARF 회의장에서 북한 대표가 '동방의 핵 대국'을 선언하는 '외교 적 쇼'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22일 6자회담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이 베이징에서 '미니 6자회담'으로 불리는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 참석한 상황에서 중거리미사일 '무수단' 2발을 쐈다. 최선희는 이튿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제는 미국이 어떤 핵전쟁을 강요해도 당당히 상대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기쁘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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