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우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정책위원장[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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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탈북 종업원에 대한 인신 구제 청구를 둘러싸고, 영국의 인신 보호 절차 발달의 연혁을 들며, 불법 구금 의혹이 있는 경우 '(구금된) 인신을 법관 앞에 내놓는' 것이 적법절차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는 적법절차의 절차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실체적 진실엔 눈감은 '외눈박이 인권법'의 시각이다.

1987년 헌법 제12조에서 적법절차 규정이 도입된 이래 영국의 인신보호영장에 연원을 둔 체포구속적부심,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차례로 도입됐고, 2011년 인신보호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런 인신보호법이 '인권침해 지역'인 북한을 떠나 '인권보호국'인 대한민국에 신병 보호를 요청한 탈북 여성 12인에게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줄은 몰랐다. IS(이슬람국가)를 탈출한 여성을 난민수용소에서 보호하고 있는데 IS에서 부모를 인질로 잡고 "이 여성이 IS를 버릴 리 없다"면서 납치를 주장하고 나섰다면 이 여성을 법정에 불러내 자의로 IS를 탈출한 것 맞느냐고 물어보는 게 적법절차이고 인권 국가의 처분이겠는가?

21일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법정을 나선 민변 채희준, 천낙붕 변호사가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법상 구제 청구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맞은편은 민변을 규탄하는 대한민국 구국채널 회원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1일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법정을 나선 민변 채희준, 천낙붕 변호사가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법상 구제 청구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맞은편은 민변을 규탄하는 대한민국 구국채널 회원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북한과 IS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반박하려는가. 하지만 북한 당국이 바로 인권침해의 가해자인 사실은 명백하다. 이런 실체적 진실에 눈감은 형식적 적법절차는 공허하고 경우에 따라 가해자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

적법절차는 절차적 적법성과 실체적 적법성을 모두 아우르는 규정이다. 법 절차의 형식적 준수에 치우칠 때 법의 원래 취지와 실질적 타당성이 몰각될 수 있다. 그러하기에 법은 항상 그 운용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번 민변의 인신 구제 청구는 형식적, 절차적 적법성 측면에서부터 많은 문제를 지닌 것이었다. 당사자의 의사에 배치되는 가족의 구제 청구라는 점, 인권침해자인 북 당국의 위임장이나 다름없는 위임장을 근거로 했다는 점, 보호 요청자를 피구금자 취급한 점, 다른 법률(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구제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등에서 재판의 전제 요건 결여로 각하 판결 사유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탈북자단체연합회 주최로 열린 '12명 탈북민을 사지로 내모는 민변 규탄 및 고발' 기자회견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최주활 탈북자동지회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탈북자단체연합회 주최로 열린 '12명 탈북민을 사지로 내모는 민변 규탄 및 고발' 기자회견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내용적, 실체적 적법성 부분에 이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로는 북한에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가 존재한다. 탈북 종업원에 대한 법적 진술 강제는 그것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해도 공적 확인 절차를 거친 것이기에 부모와 본인 중 어느 쪽을 사지(死地)로 보낼 것인지 선택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어느 탈북자의 말처럼 '혀를 깨물고 싶은 상황'을 인권의 이름으로 강요하는 셈이다. 검증된 바 없는 '총선용 북풍(北風)설'에 사로잡혀 '납치설'을 강변하는 북 당국에 동조하면서 남북 대치 상황의 안보 이익을 송두리째 무시해버렸다는 점 또한 같은 궤에 있다.

법정은 그 자체로 선(善)을 보장하지 않는다.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법의 이름으로 사형을 언도받았다. 이번 일은 '한국 인권사에 기록될 사건'임에 틀림없다. '인권'과 '법'이 허울만을 따라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똑똑히 깨우쳐 준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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