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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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7월 태평양 존스턴섬 상공 400㎞에서 미국이 핵실험을 위해 수백 킬로톤(1킬로톤은 TNT 폭약 1000t 위력) 위력의 핵무기를 공중 폭발시켰다. 그러자 1445㎞나 떨어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교통 신호등 비정상 작동, 라디오 방송 중단, 통신망 두절, 전력 회로 차단 등 이상한 사건이 속출했다. 전기·전자 장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700여㎞ 떨어진 곳에선 지하 케이블 등도 손상됐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범인은 강력한 전자기(電磁氣) 펄스(EMP·electromagnetic pulse)인 것으로 뒤에 확인됐다.

 

 

/조선일보 DB[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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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는 전자 장비를 파괴하거나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전자기장을 순간적으로 내뿜는 것이다. 핵폭발 시 강한 X선, 감마선 등이 발생하는데, 지상에서보다 고도 30~수백㎞ 고공에서 폭발할 때 훨씬 더 큰 EMP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반도체 등 각종 전자 부품이 장착된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 사용이 크게 늘면서 고공 핵폭발 시 생기는 EMP의 파괴력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커지게 됐다. 핵무기를 지상에서 폭발시켰을 때에 비해 고공 핵폭발은 폭풍, 열 등에 의한 인명 살상 피해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핵무기 사용에 따른 비난을 덜 받을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쓰기 매우 어려웠던 핵무기가 '쓸 수 있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 핵 EMP 무기가 주목받는 이유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5일 '김정은 화성-10호 시험발사 현지지도' 보도에서 지난 22일 오전 무수단 탄도미사일(화성-10) 발사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장을 돌아보는 모습으로 미사일 탄두와 연결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 원)과 내부 장치들이 보인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5일 '김정은 화성-10호 시험발사 현지지도' 보도에서 지난 22일 오전 무수단 탄도미사일(화성-10) 발사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장을 돌아보는 모습으로 미사일 탄두와 연결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붉은 원)과 내부 장치들이 보인다. /연합뉴스[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문제는 이런 핵 EMP 무기가 더 이상 미·러시아 등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북한도 쓸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한·미 양국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가를 자나깨나 고민해왔다. 사이버전, GPS 교란 등이 대표적인 예다. EMP도 그런 점에서 북한엔 매력적인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제임스 울시 전 미 CIA 국장은 지난 2014년 미 의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러시아인들이 2004년 '두뇌 유출'로 북한의 EMP 무기 개발을 도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북한은 탄도 미사일을 500㎞ 떨어진 곳으로 기습 발사한 뒤 "특정 고도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사격 방법을 썼다"며 핵 EMP 실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핵 EMP 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한 대재앙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에 따르면 서울 상공 100㎞에서 100킬로톤의 핵폭탄이 터지면 그 피해는 말굽 형태로 남부로 확산돼 서울에서 계룡대까지의 모든 전력망과 통신망이 파괴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은 20킬로톤의 핵무기 한 발로 북한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의 전자 장비를 탑재한 무기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EMP 공격에 대해 군 통신과 레이더, 민간 정보통신망, 전력 케이블, 인공위성 등이 매우 취약하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공중 폭발시킬 수 있는 고도보다 높은 곳에서 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 확보와 지상 설비 EMP 방호 대책 등을 권유했다. 대재앙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 EMP 방호 시설 확보는 물론 북한 핵탄두 미사일을 조기에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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