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내 北노동자 강제 노동 조사한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大 교수]

폴란드 등서 수천명 '노예 생활'
週 6일·하루 12~16시간 일하고 담뱃값·맥주값 정도만 받아
北, 현지국의 감시 피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조작
우리가 실태 조사하는 동안 폴란드, 北노동자 신규 비자 중단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세계 최대 불법 인력 회사'다. 그들은 세계 각국으로 노동자를 보내 노예처럼 일을 시키고 착취한다. 유럽 땅이 김정은 정권의 '현찰 금고' 역할을 하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

지난 6개월간 유럽 내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 실태를 조사한 렘코 브뢰커(Breuker)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는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럽에서 일하는 노동자 한 명에게서 얻는 연 수입이 최대 3만5000달러(약 4000만원)에 이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전 세계적으로 5만~6만명을 내보내 일을 시키고 있다. 유럽에는 수천 명 수준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한국학 전공인 브뢰커 교수는 노동법, 인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태스크포스(TF)를 이끌며 폴란드를 중심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추적해왔다. 다음 달 6일 네덜란드에서 주요국 정부 관계자, 인권·노동 담당자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가 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해 23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학 전공인 브뢰커 교수는 지난 6개월간 유럽 내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 실태를 조사했다. /이태경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가 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해 23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학 전공인 브뢰커 교수는 지난 6개월간 유럽 내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 노동 실태를 조사했다. /이태경 기자[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유럽 내 북한 노동자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북한 땅에서는 더 끔찍한 인권 탄압이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가 당장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유럽 땅에서 북한이 벌이고 있는 불법행위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바로잡을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북한 정권에 흘러가는 돈을 차단할 수 있다."

―조사 결과 북한 노동자들 실태는 어떠했나.

"폴란드 노동국을 통해 북한 노동자들을 간접 인터뷰했다. 용접공 등으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매일 12~16시간씩 최소 주 6일을 일한다. 하지만 담뱃값, 맥주값 정도 빼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돈이 거의 없다. 실제 자기 임금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이들의 임금 수령서를 봤는데 50여 명의 서명이 똑같았다. 북한 감시관이 수령서를 조작하고 전부 본국으로 보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돈을 제대로 못 받는 것 말고 다른 형편은 어떤가.

"2014년 한 폴란드 조선소에서 전경수라는 북한 용접공이 방화복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작업하다 옷에 불이 붙어 타 죽었다. 또 북한 노동자들은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도 없는 숙소와 일터만 오갈 수 있다. 말을 안 들으면 북한에 있는 '인질'(가족)이 해를 당한다. 해외에 노동자를 보낼 때 아내와 자녀 2명 이상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낸다고 들었다. 이들은 '현대판 노예'라고 봐야 한다."

―이런 일이 어떻게 유럽 땅에서 벌어질 수 있나.

"북한 당국은 능라도무역총회사 등을 통해 폴란드 기업과 계약하고, 이 기업들은 중개자 역할을 맡아 또 다른 현지 기업들에 노동자를 파견하는 복잡한 방식을 택한다. 또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자처럼 위조하기도 한다. 이렇게 꼬아 놓아 현지 당국의 법망에 잘 안 걸리는 일이 많다.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일부 유럽 기업의 이해와 맞물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북한이 노동자들을 유럽에 보낼 때는 합법적 비자를 받지만, 이후에는 법망을 피해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서 착취한 돈이 얼마나 평양에 흘러들어 가나.

"유럽에서 일하는 노동자 한 명당 연간 3만5000달러를 북에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폴란드에만 현재 북한 노동자가 공식적으로 800여 명 있고 비공식적으로는 훨씬 더 많다. 유럽 전체에 있는 북한 노동자 수를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유럽이 북한 정권의 '현찰 금고'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액수를 보내려면 중국에선 노동자 3~4배가, 아프리카에선 10배가 필요할 것이다."

―북한의 불법행위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팀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폴란드 정부가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실태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한 나라로는 해결이 안 된다. 폴란드가 막히면 북한 정권은 다른 나라를 찾을 것이다. 북한이 노동자를 보내는 나라는 모두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이다. 각 나라가 자기 땅의 북한 노동자들에게 ILO가 요구하는 근로 조건을 맞추도록 북한을 압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사 과정에서 북한 정권으로부터 압박은 없 었나.

"난 과거에도 북한에 쓴소리를 많이 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북한이 외교 경로로 '최고 존엄 명예훼손'을 거론하며 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이 이렇게 예민하게 나온 것은 그만큼 강제 노동을 통한 수입이 중요하다는 것 아니겠나. 최근 경제 제재가 심해지면서 북한 당국이 더 예민해진 것 같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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